한국일보

북한 인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2004-06-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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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브르바와 알프레드 베츨러가 아우슈비츠에서 탈출해 히틀러의 만행을 세상에 알린 지 60년이 됐다. 그들의 증언은 전쟁이 끝난 후까지도 진실을 외면하려 했던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로 하여금 이를 회피하지 못하게 했다.
소련 공산주의의 야만성도 쾨스틀러나 솔제니친 같은 작가에 의해 폭로됐다. 다행히도 인류에 대한 범죄를 고발하는 증인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리티 판은 크메르루즈의 테러를, 카난 마키야는 사담 후세인의 수용소를, 해리 우는 중국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세상에 알렸다.
이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수천 명의 탈북자들에 의해 북한 독재 정권의 범죄적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탄압 상에 관한 이들의 증언은 강제 수용소를 찍은 인공 위성 사진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관리소‘라는 이름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20만명이 수감돼 있으며 이들은 소련 굴라그에 수감됐던 수백만명처럼 하루 하루를 간신히 연명해 가거나 죽어가고 있다.
한반도 북부는 수백만명을 살해한 세계 최악의 전체주의 독재자가 지배하고 있다. 아버지 김일성 사후 권좌를 물려받은 김정일은 개인숭배를 강화중이다. 그는 중앙통제 방식의 경제와 주체 사상으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세계 최대 규모의 군대를 갖고 있으며 대량 살상무기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군과 경찰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다급한 북한 주민들은 중국으로 탈출하고 있다. 국제 협약을 어기고 중국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의 접근조차 막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사냥해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으며 이들은 관리소에 수감된다. 이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데도 세계는 팔짱만 끼고 있다.
이들 중 운 좋은 자들은 한국으로 간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끊임없는 양보와 유화에 불과한 한국 정부의 ‘햇볕 정책’과 상치된다. 한국 정부는 수억달러를 이에 쏟아 붓고 있지만 무고한 생명을 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평양 집권자 의 권력 유지만을 도와줄 뿐 이다.
김정일은 군대와 무기, 무기 수출로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 그는 기근을 충성도 약한 주민을 처벌하는 무기로 삼고 협박을 통해 얻은 식량과 무기를 군을 포함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창립된 이래 단 두 번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북한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개탄스럽다.
지금은 유럽과 미국, 한국을 비롯한 민주국가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전체주의적 독재자에게 양보를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은 빼놓을 수 없는 의제임을 천명해야 한다. 과감함과 끈기, 그리고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협상만이 김정일 같은 인물을 납득시킬 수 있다.

바츨라프 하벨/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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