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에 양보는 없다

2004-06-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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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인 인질이 알카에다의 한 세포조직에 의해 참수된 것은 끔찍스러운 일이지만 사실은 예정되어 있었던 일이다. 그를 구하려고 어떤 노력을 했다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한국이 이라크에 주둔중인 670명 병사들을 즉각 철수시키고 3,000명 추가 파병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실 테러리스트들은 자기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이런 야만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설사 인질범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다 하더라도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 보다 이런 잔인한 사태로 그들이 노린 것은 이라크 재건 참여 반대 시위를 한국 등지에서 불러일으키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겁에 질려서 달아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에서는 그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안보팀과의 협의를 거쳐 인질을 두고 테러리스트들과 협상을 하지 않겠으며 이라크 파병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목숨을 살려달라고 가슴 찢어지게 애원하는 김선일씨, 그를 살려달라고 탄원하는 그의 가족들 앞에서 그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관련된 사람들의 고통에도 불구, 노무현 대통령의 굳건한 입장은 궁극적으로 올바른 것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은 지는 게임이다.
노대통령은 부시행정부나 부시의 이라크 전쟁 결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라크가 자국의 장래를 위해서 발버둥치는 지금 이라크의 재건을 돕는 것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의 의무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인질범들에게 항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택했던 정책이다.
테러에 대한 항복은 더 많은 납치, 더 많은 살해 위협, 더 많은 수용 불가능한 요구들만 내놓게 할 것이 분명하다.
알카에다와 그 추종자들에게 자신들이 민주주의 국가들을 제 마음대로 주무렸다 폈다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이 마드리드 열차 폭파 사건 후 주었던 메시지이다.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면 뭔가 건질 것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보낼 수 있는 가장 피학성 신호이다. 알카에다의 비인간적 행동이 점점 심해져서 그에 대한 반감이 마침내 그를 반격하기에 충분할 만큼 형성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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