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s 에이스 헛슨 승리 날려

2004-06-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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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불펜 때문에...

오클랜드 A’s의 에이스 팀 헛슨이 또다시 헛심만 쓴 꼴이 됐다. 불끄기 대신 불지르기만 하는 불펜 때문임은 물론이다.
A’s는 1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믿는 손’ 헛슨이 7.1이닝동안 2실점으로 틀어막고 4대2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물려줬으나 승리지킴이 사명을 띠고 9회 등판한 짐 머시어가 아웃카운트 1명도 잡지 못한 채 3점을 내주는 바람에 4대5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A’s는 카디널스와의 3연전을 몽땅 마무리 실패로 날려버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약한 불펜 때문에 잘 던지고도 승리를 놓치는 일이 잦아 ‘Mr. No-Decision’이란 별칭을 들어온 헛슨은 이날도 사인만 남겨놓은 듯한 8번째 승리를 승패없음(No-Decision)으로 대신해야 했다.
A’s의 허약한 뒷심을 다시금 보여준 한판이었다. 4대2로 앞선 9회말. 헛슨-리카르도 링콘-채드 브랫포드에 이어 2점차 리드 사수를 위해 9회말에 투입된 머시어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에드가 렌테리어에게 1루타를 얻어맞았다. A’s의 덧아웃은 그래도 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번 흔들린 머시어는 끝내 중심을 잡지 못했다. 후속타자 코디 매카이에게 또다시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오늘은 글렀구나 하고 슬슬 자리를 떠나던 카디널스 홈팬들이 고함을 지르며 경기장엔 아연 활기가 띠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는 레이 랭포드. 불펜에 더 이상 밑천도 없는 A’s의 투수는 그대로 머시어. 관중들과 양측 선수들의 눈은 온통 머시어에게 쏠렸다. 아뿔사. 볼카우트 2-2에서 몸쪽을 향해 마음먹고 던진 공은 몸쪽이 아니라 몸(오른쪽 다리)을 맞히고 말았다. 순식간에 무사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번에는 2루수 마코 스쿠타로가 일을 저질렀다. 말론 앤더슨의 평범한 1-2루간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바람에 2점을 헌납, 동점이 돼버린 것.
이어 나온 거포 레지 샌더스는 전의를 잃은 머시어의 공을 가볍게 끌어당겨 끝내기 결승안타를 만들며 3연속 뒤집기쇼의 대미를 장식했다. 또다시 다잡은 승리를 날려버린 A’s는 카디널스 선수들이 홈플레이트에서 월드시리즈 챔피언이라도 차지한 듯이 승리축하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 불펜보강 숙제의 무게를 절감하며 말없이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를 8대5로 승리,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홈런킹 배리 본즈는 후반 한차례 대타로 등장했으나 상대투수의 정면승부 기피로 볼넷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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