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든 생명의 소중함

2004-06-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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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이 세상을 떠난 지 48시간도 안 돼 배아 줄기 세포 연구 주창자들은 그의 이름을 들먹이며 연구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레이건의 말과 행동에 위배되는 것이다.
레이건의 행적을 보면 생명의 소중함이 최우선 순위의 가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1983년 “내 행정부는 미국을 자유의 땅으로 보존하는데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 자유를 보존하는데 모든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1989년에는 가장 후회되는 것은 재임 중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1983년 ‘낙태와 미국의 양심’이라는 에세이에서 “태아의 생명을 업신여기면서 다른 모든 생명을 업신여기지 않을 수는 없다”고 썼다. 그는 여기서 존중돼야 할 것은 ‘생명의 성스러움’이지 ‘생명의 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83년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한 연설에서 “낙태로 매년 150만 명의 생명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태아가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되기 전까지 그들의 생명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배아에 관한 연구를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다. 요즘 일고 있는 배아 복제 논쟁에 대해 그는 배아 연구가 그처럼 많은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면 왜 일반 기업체가 여기 뛰어들지 않느냐고 물었을 것이다.
레이건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은 비극이며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레이건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까지 아무 결과를 내지 못한 배아보다는 많은 성과를 올린 성인 줄기 세포 연구에 힘쓰라고 말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레이건의 이름을 내걸기 전 그가 한 말을 우선 되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윌리엄 클락/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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