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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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한국 민주주의

2004-05-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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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져서 이제는 시위가 길거리가 아니라 투표장에서 일어나는 수준이 되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그의 직무 복귀를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한국은 총칼이 아니라 법으로 통치되는 나라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한국 국회와 노대통령 사이의 다툼은 올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다가 결국 탄핵이라는 있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직무 정지를 당하고 고건총리가 직무를 대행하는 동안 유권자들은 총선을 통해 복수의 기회를 가졌다. 노대통령 지지세력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한국은 새 국회 개회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좌파 정당들이 국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국회 내 우파 진영이 국회의원 자리를 지키려면 노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한편 노대통령은 이제 반대 진영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그러하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이 이제까지의 폭발적 성장에 제동을 걸 태세를 고수한다면 한국은 대처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노대통령은 워싱턴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반미 정권이라는 평판을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노대통령은 3만7,000 주한미군 중 3,600명이 이라크로 보내질 것이라는 발표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한국은 현재 400명 이상의 군의관과 엔지니어들을 이라크에 보낸 상태이고 노대통령은 3,200명을 더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좌파 지지자들의 요구와 미국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 지를 보면 이번 탄핵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정치적 교훈을 가르쳤는지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LA 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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