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핵 위기의 세 가지 교훈

2004-05-25 (화)
크게 작게
북한은 매일 핵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핵 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이 요구하게될 대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백악관은 협상에 임하기 전에 북한이 미국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벌을 받지 않고 미국의 요구에 부응한다고 보상받을 게 없는 상황이라면 북한이 결코 꼬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핵 재앙을 야기하기 전에 북한이 자체 붕괴하기를 바라는 것은 글로벌 안보 차원에서 터무니없는 도박이다.
10여 년 전 미국은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었다. 1993년 북한은 자체 플루토늄을 분리 생산할 수 있었고 폭탄 제조 능력을 격상할 수 있는 2개의 대형 원자로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북한은 비핵확산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그 때도 지금처럼 북한은 잔혹하고 실패한 정권이었다. 또한 지금처럼 그 당시에도 미국은 묘수가 없었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허용하면서 사용을 못하도록 노력하거나, 핵 시설을 무력으로 파괴시키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정권과 외교적 협상을 벌이는 세 가지 대안이 있었을 뿐이었다.
외교적 시도는 평양정권이 핵 개발을 늦추도록 하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무력을 포함한 보다 강력한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은 물론 광범위한 다국적 노력을 기울였다.
18개월간에 걸친 외교노력과 강화된 한국의 군사력, 유엔의 제재 압력,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 등에 힘입어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아래 이를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 만일 당시 이러한 합의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북한은 약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얘기가 좋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미국과의 약속을 파기했다. 2002년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추방하고 비핵확산조약을 내던졌다. 그리고 북한은 8,000기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고 자랑했다. 북한에 기술을 제공한 파키스탄의 과학자 압둘 칸은 북한에서 핵무기를 보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왜 지금 북한에 또 다른 협상을 제안해야만 하느냐는 물음이 제기된다. 외교적 노력이 과연 미국의 국익을 신장할 것인가. 과거 북한의 핵 위기로부터 우리는 세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폭탄 제조 원료를 추적해야 한다. 9.11 테러사건은 냉전시대의 억지와 봉쇄 전략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점을 웅변한다. 미국 외교관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폭탄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을 북한이 계속 생산해 내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면서 협상에 임해서는 곤란하다.
둘째, 명확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만일 1994년보다 훨씬 강화된 국제사찰아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약속한다면 북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 지원을 할 수 있음을 밝혀야 한다. 리비아와의 관계에서처럼 북한에게도 미-북 양국관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 다른 주요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종용해야 한다.
셋째, 북한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는 협상 패키지를 고안해야 한다. 북한이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속단할 수 없다. 관건은 신뢰가 아니라 입증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저 현안 주위를 빙빙 도는 외교에만 의존한다면 북한에게 보다 많은 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벌어주는 셈이 된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대로, 우리는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있을 수는 없다.

대니얼 포운먼·로버트 갈루치/LA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