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쫓겨난 찰라비

2004-05-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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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아메드 찰라비에게 계속 경고를 보내왔다. 그가 이끄는 이라크 국민의회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는가 하면 “미군의 힘 맛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위협은 19일 현실로 나타났다. 이라크 경찰이 찰라비 집을 급습, 컴퓨터와 파일, 시큐리티 가드의 무기를 압수해갔다. 이번 수색은 명목상 자동차 절도와 화폐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6명의 용의자를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경찰은 미 헌병과 정보 요원으로 보이는 미국인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현재 혼란스런 이라크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바트 잔당으로 하여금 그를 살해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찰라비는 더 이상 미군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때 체니 부통령을 비롯 부시 행정부 고위층의 비호를 받던 그로서는 심한 몰락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정권 이양 계획과 바트 당 간부들의 복권을 비판하면서 미군 당국의 눈밖에 났다.
찰라비가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미군 정책 비판자는 무자비하게 응징된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찰라비 가택 수색이 그의 미 정책 비판과 무관하다는 군 당국의 주장은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치안 병력이 아쉬운 지금 이를 비판자 탄압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과연 이라크에서 공평하게 법을 집행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을 갖게 한다.
이라크가 베트남은 아니지만 정보 요원과 간수가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사이공 말기를 연상케 된다. 이것이 부시가 약속한 민주주의인가.

짐 호글런드/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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