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드 찰라비 집무실에 대한 미군의 급습은 미국의 총애를 받던 이라크 정치 실력자의 종말을 의미하는 듯하다. 미 국방부는 이미 매달 찰라비에게 지급하던 후원금 34만 달러를 지급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찰라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그가 제공한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 연계 정보의 문제점에 적지 않게 기인한다. 그의 집무실에 대한 수사는 그의 보좌관의 강도 및 납치 혐의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유는 찰라비가 미국의 이라크 계획에 장애물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찰라비는 최근 미국과 유엔의 이라크 정책을 비난해왔다. 미국이 전 이라크 장성을 영입하자 나치에게 다시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많은 사람들은 찰라비가 시아파를 선동해 반 수니파 데모를 전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한 때 미국의 민주주의를 따를 것으로 보였던 찰라비와는 영 딴 판의 모습이 될 것이다.
찰라비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이라크에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계획을 세워 수년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미 중앙정보국에서 처음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찰라비는 종교적 지도자가 되길 원하는 것보다 시아파를 대표하는 정치적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는 게 그를 보아온 사람의 증언이다.
최근 시아파 사원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찰라비는 라디오 방송에 보좌관을 보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을 촉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또 미국 변호사출신인 자신의 조카를 통해 이라크 헌법초안에 시아파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려 했다.
조만간 알 사드르 시아파 과격 지도자는 죽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의 추종자들은 방황할 것이다. 찰라비가 이들에게 다가가 새로운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그의 집무실 습격 때 미군의 총이 찰라비의 머리를 겨누었다는 게 그의 조카의 증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이라크를 종파에 따라 분할하려는 찰라비에게 시아파들 사이에 입지를 넓혀 가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앤드류 콕번/LA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