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구, 김치, 젓가락

2004-05-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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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인 친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이다. 저녁파티의 호스테스인 미세스 리가 며칠 전에 있었던 자이언트 야구게임에 구경 간 이야기를 하며 “최희석 넘버원”하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하자 모두들 한국인 야구선수 자랑이 대단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가 플로리다 말린스를 이겨서 신이 났고, 말린스 선수인 한국사람 최희석이 홈런을 쳤기에 한인들은 두 배로 야구게임을 즐긴 것 같다.
근래에 들어 나는 야구게임에 관심을 두지 않아 그들이 그처럼 자랑스러워하는 야구선수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몰랐다. 그들에게 최희석이 누구냐고 질문을 하였다. 최희석은 메이저리그에 속한 한인 선수들 중에 유일하게 피처가 아닌 야구선수라고 설명하여주었다. 최희석 선수가 키도 크고 핸섬하고 믿음직스럽다면서 그가 한국사람인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였다.
야구와 같은 미국 주류 스포츠계에서 한국선수들이 중국이나 일본사람들 보다 훨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국인 특유의 프라이드를 보였다. 나는 한국사람 프라이들을 깨는 것이 미안하지만 만약 국민들의 IQ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들 숫자로 결정한다면 도미니칸 공화국이 일등일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도미니칸 공화국 선수들이 50명이 넘는 것을 지적하였다. 음식이 상에 차려지는 동안 대화는 잠시 멈추었다가 음식이야기로 다시 이어졌다.
미세스 리는 식탁에 김치를 놓으면서 한국사람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 김치라고 하였다. 나는 비슷한 이야기를 전에도 여러 번 들었기에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로” 하며 감탄사로 그녀의 말에 동조하였다. 매운 고추와 마늘이 대장을 청소하여 주어 건강에 좋고 유산균이 암을 치료하는데 효력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며 그녀는 김치의 우수성을 자랑하였다.
나는 그녀의 김치칭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국인 친구를 멀리 쫓아 버리려면 김치를 먹으면 될 것이라고 김치의 다른 효력을 예로 들었다. 김치가 바이러스를 쫓아내고 미국사람도 쫓아내는 효력에 우리는 동의하며 웃었다.
나는 나이든 한국사람에게 김치가 일본사람들에 의해서 개발된 ‘기무치’라고 말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화를 낸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 그래서 김치를 자랑하는 나의 친구들에게 나는 ‘기무치’ 이야기를 꺼내었다. 예상한대로 그들은 모욕을 당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조크’라고 말하며 김치를 만든 한국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스마트한 사람들이라고 말하여 웃었다.
‘우수한 한국사람’ 찬양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져 갔다. 인간복제 실험이 한국사람에 의하여 최초로 성공하게되었다고 미스터 리가 젓가락을 들면서 말하였다. 한국사람이 인간복제 시술에 성공한 것은 어릴 적부터 젓가락을 사용한 덕분이라고 하였다. 한국 사람 중에 훌륭한 외과의사가 많은 원인중의 하나가 한인들의 특별한 손재주라면서 젓가락사용이 두뇌와 손재주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한인 2세들의 포크사용을 걱정하였다.
나는 내 앞에 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옆으로 밀쳐놓고 젓가락을 그 자리에 놓았다. 말없는 제스처를 한 뒤, 나는 언제가 읽었던 젓가락에 관한 기사를 그룹에게 말하였다. 중국노인들이 손에 신경통이 생겨서 고생하는 것이 평생 젓가락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기억하며 나는 손을 들어 보이면서 내 손은 신경통 때문에 고생할 염려는 없다고 말하였다.
끝으로 나는 겸손에 대하여 물었다. 한국인 조상들이 ‘겸손’을 미덕으로 꼽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한국 국민성으로 가장 자랑할만한 것이 아마 그들의 ‘심오한 겸손’이 아니냐는 나의 의미 있는 코멘트에 누군가가 “I am proud to be humble” 하고 말하여 우리는 모두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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