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럼스펠드 물러나라

2004-05-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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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지배를 의미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지배건 피지배자의 이익을 위한 지배건 지배임에는 틀림없다. 지배는 인간을 타락시킨다. 제국의 지도자들이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뒤늦게 미군의 타락을 알고 충격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의회에서 증언하는 그의 모습은 자기가 책임을 맡고 있는 부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참담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가 공직에 있으며 이룩한 업적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명백한 것은 실패를 해도 벌을 받지 않으면 자주 실패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쟁 명분이었던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불충분한 병력 배치와 약탈 방치 등 전후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사람에 대한 응징도 없었다.
이번 포로 학대로 인한 폭력 증대로 미국인들이 죽어가게 될 것이며 미국의 적들은 힘을 얻게될 것이다. 미국은 신속히 이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응징하고 아부 그라입 교도소를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포로 취조에 대한 규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럼스펠드가 국방장관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우리가 테러와의 전쟁을 하는데 유리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럼스펠드 자신은 정답을 알 것이다. “무덤은 필수 불가결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드골의 경구를 상기하자.

조지 윌/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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