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 학대사건을 놓고 부시 행정부는 연일 군 내부의 ‘일부 썩은 사과’론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인들도 자신들은 동정심 많고 자유를 존중하는 국민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구촌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이번 스캔들을 미국의 오만 방자하고 잔인한 행동패턴으로 보고 있다.
미국인들은 듣기 싫어할지 모르지만 미군의 행동은 무슬림을 모욕하고 경멸하는 미국 문화를 반영한 것이며 종국에 가서는 사담 후세인의 행동과 유사한 양태를 띠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퍼지고 있다.
미국은 알 자지라와 같은 아랍권 유력 언론의 보도 태도를 편파적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들 언론은 아랍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이들 매체에 담긴 미군의 잔혹상이 그대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박히게 돼 있다. 미군들이 이라크 포로들에게 가한 학대장면을 본 아랍인들의 마음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부시는 세계에 자유를 전파할 의무를 미국이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역대 몇몇 대통령들이 힘주어 말하던 내용이다. 이러한 사고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베트남, 중남미, 지금 이라크에서 보는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참화를 보도하는데 미온적이었다. 미군의 희생을 보도하긴 했지만 이라크 주민들의 희생에 대해선 별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미군의 공격으로 죽은 수많은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문제가 있다. 아랍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아랍인들의 반미정서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미국은 다른 문화와 민족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미국 장군과 행정관들은 아랍어를 할 줄 모른다. 그 나라 언어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 나라를 해방시킬 수 있는가. 이라크 포로학대 스캔들은 이러한 미국의 오만을 드러낸 계기다. 설령 이들이 일부 못된 군인들이라 할지라도 이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얼굴이고 미국의 오만의 결과다.
마이클 매싱/LA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