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이라크 전쟁 종료를 공표할 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주위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공격을 단행해 부시 행정부 내 스타로 부상했었다. 그 때는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 럼스펠드는 물러나야 한다.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스캔들에 대한 책임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그 이유만으로도 사퇴할 만하지만 말이다.
미국은 이번 주 세계인권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다. 인권을 운운했다간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이번 스캔들로 용감한 미군들의 명예가 더럽혀졌다. 또 아랍인들의 가슴에 반미 정서의 불을 질렀으니 외교관들의 노력이 더욱 어렵게 됐다. 그리고 이번 스캔들은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 무수히 올라온 보고와 민원들을 럼스펠드도 알았어야 했다.
지금 국제사회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세상이 이번 일로 미국인들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다. 부시는 국방장관 사임을 요구함으로써 그의 심적 상태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일은 군인 가운데 일부 ‘썩은 사과들’ 때문에 멀쩡한 고위관리가 물러나는 상황과는 한참 다르다. 지난 2년간 럼스펠드는 자신감에 차 있던 인물이었는데 어느새 오만하고 맹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승인으로 미군을 이라크에 파병했지만 럼스펠드는 이라크 현지상황과 미군이 노출될 위험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게을리 했다.
럼스펠드의 경솔한 자신감이 미군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사담 후세인을 쫓아낸 뒤 미국은 안정된 이라크 정부 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은 우리를 늪에 빠뜨린 국방장관과 함께 할 수 없다. 폴 울포비츠 부장관은 장관 적임이 아니다. 그는 이번 전쟁을 계획한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새로운 사고를 하는 새로운 팀이 들어서야 한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뉴욕타임스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