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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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철군은 금물

2004-05-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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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을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바그다드 주둔 미군 대변인인 마크 키밋 장군은 말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참을성 부족은 부시 행정부 이라크 정책의 가장 큰 결점의 하나다.
미국의 조급성은 미국이 해외에 개입했을 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을 시발로 미 제국주의가 시작된 지난 106년 간 미국은 레바논에서 리베리아, 쿠바에서 캄보디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 개입했다. 이중 정권 교체와 체제 변화를 시도한 적은 많지 않다.
미국이 장기간 주둔한 경우도 있다. 하와이는 합병했고 괌과 사모아는 영구 보호령으로 만들었다.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인 일본과 서독의 경우 미국은 각각 7년과 10년 후 공식적인 점령은 끝냈지만 아직도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 말대로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다른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미군이 오래 주둔하지 않은 곳은 결과가 좋지만은 않았다. 월남의 경우 고작 7년 간만 대대적인 군사 지원을 했다.
역사를 보면 미군이 얼마나 오래 주둔했나와 점령당한 나라가 경제적 성공과 민주화를 이룩했는가와는 상관관계가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일정이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부시 행정부는 6월 30일 이라크에 주권을 넘겨주려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 이라크를 곧 떠날 테니 말썽을 부리지 말라는 것을 이라크 인들에게 알리고 다른 하나는 미 국민들에게는 미국이 확실한 퇴장 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급증은 이해가 간다. 미 국민들의 전사자에 대한 인내도는 계속 줄고 있다.
그러나 조기 철군은 이라크 인들이 미군과 협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머지 않아 떠나갈 사람들과 가까이 지냈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것이다. 시간은 이라크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참을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닐 퍼거슨/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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