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광고판’ 스타 골퍼 잡아라
2004-03-30 (화) 12:00:00
나이키 골프와 3년간 계약을 맺은 박지은.
CJ·코오롱등 한국선수 19명 후원
LPGA로 기업 이름 알리기 총력
4년째 한국타이어가 후원하고 있는 이정연.
28일 끝난 LPGA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이정연이 2라운드까지 공동선두를 지키자 한국타이어 미주 현지법인은 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4년째 한국타이어가 후원하고 있는 이정연이 처음으로 우승컵에 입맞춤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컸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에서도 기쁨과 아쉬움의 탄성이 교차했다. 회사가 제일모직을 대신해 관리하고 있는 송아리가 4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펏을 성공시키며 1위를 놓고 박지은과 끝까지 대접전을 벌인 탓이다.
LPGA투어가 한국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올해 LPGA투어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선수 19명을 그린 안팎에서 지원,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제일모직을 비롯, 골퍼를 후원하고 있는 업체는 CJ(박세리·박희정), KTF(김미현), 나이키골프(박지은), 휠라코리아(한희원), 아스트라(강수연), 신세계(김영), 코오롱(안시현) 등이 있다.
업체들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인 골퍼에게 지원하는 액수도 만만치 않다. CJ가 박세리에게 5년간 150억원(약 1,250만달러), KTF가 김미현에게 3년간 30억원(약 250만달러), 나이키가 박지은에게 3년간 150만달러(비공식)를 지급하고 있다. 코오롱은 2002년 한국의 2부투어 소속이던 안시현을 일찌감치 대성할 재목으로 점찍어 3년간 2억원의 ‘헐값’에 계약을 맺었다.
기업들이 LPGA 회원들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고 있는 것은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가 크기 때문. 삼성은 1998년 박세리가 LPGA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5억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대회 내내 삼성 로고가 찍힌 모자가 화면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된 것은 그룹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내부의 평이다. 박지은이 28일 LPGA 데뷔 5년만에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차지하자 박지은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호물산의 주가는 29일(한국시간) 한때 11%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서 스포츠 마케팅으로 가장 인상적인 종목으로 야구(35.7%)에 이어 골프(33.3%)가 꼽힌 바 있다.
<김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