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책 중에서 24살 때 읽은 ‘자조론’은 청년기부터 지금까지 제 생활에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 권의 좋은 책과의 만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자조론’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사뮤엘 스마일스(Samuel Smiles 1812-1904)가 저술한 책으로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기본적 윤리 가치였던 노동의 복음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가 살던 마을의 젊은이들에게 자기 향상에 관하여 여러 차례 걸쳐 강연한 내용을 모은 책으로 청년들을 고무하여 올바른 일에 전심케 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책입니다.
책의 주제는 크게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없으니 인생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세움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한 순간에 대박을 터트려야 속이 시원한 요즈음에는 구석기 시대 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이는 진실입니다. 뽕나무가 비단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흘러야 된다는 말입니다.
둘째, 인생의 목표를 위하여서는 노작(勞作)의 습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좋은 꿈이 있다하여도 시간만 흘러간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아름다운 발레리나는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 같은 연기를 하기 위하여 숱한 연습 속에 그 발가락들이 다 뭉그러집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은 250여권의 책을 쓰셨는데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시대여서 일일이 볼펜으로 원고지를 작성하셨습니다. 그분의 손가락은 완전히 기형적인 모습으로 구부러져 버렸습니다.
세 번째로, 사뮤엘 스마일스를 통하여 제가 청년 때에 들었던 큰 음성은 목회를 하는 지금도 힘들거나 실망감을 느낄 때 크게 들려옵니다. 공익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보수나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이 오랫동안 참고 일해야 한다.
그들의 뿌린 씨는 때때로 겨울의 눈 속에 묻혀있고, 봄이 오기 전에 씨를 뿌린 농부는 결실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 수도 있다옛날의 사고방식은 다 구태의연하다고 폐기 처분하면서, 순간의 반짝임과 튀는 것이 있어야 하고, 아침의 표준이 저녁때 바뀌어 버리는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청년기 때 써놓은 독후감을 읽어보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자고 결심했던 청년 때의 순수함 속으로 다시 들어가 봅니다. 씨를 뿌린 사람이 거두지도 못하고 죽는다 할지라도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준 사명을 다하며 사는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 이민자의 삶 속에 새싹처럼 솟아오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바보처럼 사는 것이 영악한 이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삶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