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꿩 대신 닭? 오클랜드 A’s가 미귀엘 테헤다를 오리올즈에 빼앗긴 대신에 에릭 차베즈를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A’s는 18일 에릭 차베즈와 6년간 6천6백만달러 에 합의, 저매이 다이와의 3년간 3천2백달러 계약 이후 구단사상 최대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차베즈는 96년 A’s에 입단하여 98년 메이저리그에 선발됐다. 99년 홈런 13방을 날리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차베즈는 2000년 26방의 홈런을 날리며 제이슨 지암비, 미귀엘 테헤다와 더불어 A’s 핵심 방망이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1년 홈런 32방, 타율 2할8푼8리, 114타점을 기록하며 캐리어 최고의 해를 맞은 테헤다는 이후 3년간 1백 타점 고지를 넘기며 아메리칸 리그 최고 3루수로 줏가를 올렸다.
A’s가 이번 차베즈와의 장기 계약을 채결한 것은 A’s가 앞으로는 MVP 후보들을 호락호락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s는 올 미귀엘 테헤다와의 계약에 실패, 2년 연속 MVP를 내보내 구단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바 있다.
팀 허드슨, 마크 멀더, 베리 지토등 선발투수들이 모두 1-2년안에 계약이 만기되는 A’s로서는 우선 차베즈를 중심으로 타선을 이끌어 나가고, 후단계 작업으로 선발 투수진과 계약협상에 돌입하겠다는 계산이다.
A’s가 몸값이 얼마나 뛸지 모르는 허드슨과 멀더, 지토등을 모두 묶어두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A’s는 차베즈와의 계약에 성공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차베즈는 시장가치에서 조금 손해보는 가격으로 A’s와 계약에 합의했다. 새 팀에 가서 적응하느라 진을 빼기보다는 닦아놓은 터밭에서 맘 편하게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계산 때문. 차베즈와의 계약을 끝맺은 A’s는 금년에 계약이 만기되는 허드슨을 붙들어 두는 데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허드슨만 붙들어 둘 수 있다면 멀더와 지토와의 계약 전망은 밝다는 생각 때문이다.
A’s는 에릭 차베즈와 6년 계약에 합의함으로써 차베즈를 중심으로 방망이를 이끌어가게 됐다. 차베즈는 기록이 말해 주고 있듯 평균 타율 2할7푼7리, 연평균 30홈런의 타자이다. 2할7푼을 기록한 테헤다보다 타율은 높으나 클러치에서는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A’s는 꾸준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차베즈를 일단 4번으로 돌리고 저메이 다이를 3번으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A’s는 사실상 그동안 몸값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다이가 올 시즌의 성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베즈의 역할은 다이를 보필하여 3년간 1백타점 고지를 넘어선 기록에서 보여준 바와 같은, 크린업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테헤다가 떠나감으로 방망이의 공백이 생긴 A’s는 저매인 다이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상승무드를 타고 있어 다이의 성적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아무튼 A’s는 차베즈와 장기계약에 성공함으로써 선수들로부터의 신뢰감을 회복했다. 선발 투수 3인방이 여전히 건재하고 신인들까지 가세, 전력이 작년보다 크게 나빠졌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허드슨과의 계약이 끝나는 내년도가 고비. A’s는 어떻게 하든지 현재 선발 투수진을 유지시켜나가야 경쟁력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첫 포석이 차베즈와의 계약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