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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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 명령과 건물주 입장

2004-03-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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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인 11월부터 4월까지 연근해에서 잡아 올린 명태를 생태, 원양에서 잡아 올린 명태 얼린 것을 동태라고 한다. 그리고 명태를 반 정도 꾸덕꾸덕 말린 후 다시 얼린 것을 코다리라고 하고 명태를 완전히 말린 상태를 북어라고 한다. 명태처럼 이름을 여럿 가진 생선도 드물 것이다.
느닷없이 생선이름을 들먹이는 이유는 리스 문제나 퇴거명령(Unlawful Detainer/ Eviction) 케이스를 맡을 때마다 경험하는데 건물주와 입주자의 입장에 따라 케이스의 흐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대형 부동산이든, 렌트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즈니스든, 아파트 입주자와 건물주의 관계든 마찬가지다. A라는 건물의 건물주가 다른 어떤 상가의 입주자 입장이 될 수 있다. 또 B라는 사람이 A 건물의 입주자였는데 이 상가를 사면 건물주가 될 테니 돌고 도는 세상이치와 같이 한 사람이 처한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보통 미국에서는 건물주가 건물의 상가나 오피스를 렌트 줄 때 ‘리스’(Lease)란 현수막을 건물에 붙이거나 인터넷이나 신문에 광고를 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선 렌트를 준다는 의미 이상의 문구이다. 왜냐면 그 건물의 공간을 빌려주고 렌트를 받는다는 의미보다는 리스(Lease) 즉, 임대차 계약(애매모호란 문구로 해석이 필요한)이란 뜻이 훨씬 많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리스 계약서는 전에도 말했듯 만드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성될 수밖에 없다(건물주와 입주자가 각기 변호사를 선임, 리스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다르지만). 그래서 둘 입장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길은 입주자가 계약서 서명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 협상을 통해 첨삭하는 길 밖에는 없다. 노련한 사업가도 리스 문구 하나를 그냥 지나쳐 실수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비즈니스가 잘 안 풀려 입주자가 렌트를 못 내면 건물주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법적 조치를 취하는데 제일 먼저 ‘3일 통고’(3- Day Notice to Pay Rent or Quit)를 한다. 그 뜻은 3일 안에 밀린 렌트를 다 내던가 아니면 장소를 비워주고 나가라는 뜻이다. 이 서면통고에는 밀린 렌트 금액이 정확해야한다. 이제까지 렌트를 못 받았으니 이자 받는 셈치고 더 청구하면 무효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스에 렌트 납기일이 5일이 지나면 렌트에 10%의 과태료(Late Charge)가 붙는다는 조항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건물주가 이 ‘갑’이란 비즈니스 입주자한테 ‘3일 통고’를 보낼 경우에 ‘갑’이 내야할 두 달(한달에 2,500달러)렌트가 밀린 경우 5,000달러에 500불을 더한 5,500달러을 청구하면 안되고 5,000달러만 ‘3일 통고’에 기입하여 한다.
리스 계약서에 과태료(Late Charge)나 건물 관리비(CAM Charge)등을 렌트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으면 밀린 렌트에 과태료를 더해서 ‘3일 통고’를 청구할 수 있다.

박재홍 <변호사>(714)901-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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