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셀나무] 마지막 4초의 교훈

2004-03-0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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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에 열렸던 제 38회 슈퍼 볼 미식축구는 뉴잉글랜드의 패트리어트 팀이 캐롤라이나의 팬서스 팀을 32-29로 이기고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습니다. 이 경기를 필라의 유력 일간지 인콰이어러지가 ‘금세기 최고 명승부중의 하나’라고 보도한 외형적인 이유는 많은 득점과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점에다가 최후의 역전의 드라마까지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미식축구보다는 축구에 더욱 친밀합니다.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이 이탈리아에 역전승 했을 때 온 나라가 떠나갈 정도였습니다. 이번 게임의 묘미는 마지막 4초를 남겨놓고 팽팽한 긴장이 깨어지면서 승패가 갈렸다는 데에 있습니다. 미식축구 경기의 룰도 잘 모르면서 언뜻 보다가 빨려 들어가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아름다운 명승부전으로 만든 ‘스포츠 정신’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첫째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경기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양 팀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하여 싸웠습니다. 슬슬 봐주고 여유 살리는 모습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프로는 무엇을 하던 지 생명을 내던질 정도로 최선을 다합니다.


둘째로 끝까지 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패색이 짙어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입니다. 29대 29의 숨막히는 동점 속에서도 한발씩 앞을 향하여 전진하는 모습은 스포츠정신의 압권이었습니다.

저렇게 조금씩 나가서 점수와 연결될까 의아하였지만 야금야금 끝까지 파고 들어가니 마지막 4초를 남겨놓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까지 확보하더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힘으로 밀어붙이지 못할 4초밖에 없는 시간에 공을 차 넣을 수 있는 마지막 공격의 장을 연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정신’의 감동은 선수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 맡은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패자인 팬서스 팀의 쿼터백인 델롬도 자기 몫을 최대한 다 하였고 승자인 페트리어트 팀의 키커인 아담 비나티에리도 오직 그 순간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평상시에 별로 보이지 않았으나 마지막 4초를 위하여 준비된 카드였습니다. 미식축구 그 자체보다도 그 속에 숨겨진 이런 프로정신 때문에 저는 감동하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끝까지, 평상시에 인기도 별로 없고 잘 보이지도 않는 자리이지만 한순간을 위하여 준비하는 선수들을 통하여 인생의 좋은 교훈을 얻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들에게 매 순간 꼭 필요
한 존재인 것을 깨닫고 삽시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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