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 디렉터 해롤드 이씨
2004-02-25 (수) 12:00:00
26년간 군인으로 살던 전직 미 육군상사가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변모,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타운내 자동차 매매업체 ‘아우토반’의 세일즈 디렉터 해롤드 이(47)씨. 한인사회에 ‘모병 아저씨’로 더 잘 알려진 이씨는 지난해 군대를 은퇴한 뒤 발렌시아의 한 카페테리아 매니저로 일하다 올 초 ‘천직’인 세일즈로 복귀했다.
92년부터 2001년까지 모병 담당관으로 일하면서 최고 실적을 뜻하는 메달과 반지를 받는 등 ‘군대 세일즈’에 탁월했던 경험 덕분인지, 인터뷰 중 전화가 울리면 감사합니다, 아우토반입니다라고 싹싹하게 응하는 품새가 능숙하기만 하다. 차종이 워낙 많아 공부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최신 모델까지 확실하게 업데이트, 최근 유대인 손님에게 인피니티 I35를 팔아 세일즈 인생의 1호 차량으로 올렸다고 한다.
모병도 세일즈라 차 업계와 기본은 같다고 강조하는 그는 세일즈는 아는 사람한테 파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난 손님과 연락을 지속하면서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라는 그만의 철학을 들려준다.
모병과 다른 점은 쿼타가 없는 대신 커미션제라는 것. 그러나 이씨는 차 1대 팔면서 몇 천달러 챙기는 곳은 오래 못 간다며 ‘커미션 적게 받더라도 롱런하겠다는 주의’다.
이씨에게 모병 일은 특별했다. 76년 열아홉 살 반의 나이에 입대해 마흔 여섯에 은퇴하기까지 미캐닉, 카운슬링 등 다른 업무도 두루 해봤지만 모병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세일즈맨의 책상에는 모병 안내책자가 일렬 종대로 전시돼 있다. 손님 중에 군대에 맞겠다 싶은 분이면 후배 모병관들에게 소개해 주려고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밖에 독수리 로고가 새겨진 커피 머그와 책상 달력, 계급장과 훈장을 모은 액자 등 군 냄새가 풀풀 난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군에서 보낸지라 민간인 생활과 복장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사회적 은퇴 나이까지 자동차 판매업에 매진하겠다는 그는 26년 군대 경력처럼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