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재원 늘었네..
2004-02-24 (화) 12:00:00
특유의 섬세함 외국생활 장점
공기업, 중소기업 중심 활발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안복녀 차장은 2월1일 LA무역관에 마케팅 및 조사대행 담당관으로 부임했다. 해외 근무는 이번이 두 번째다. 5년 전 처음 주재원으로 나갔을 때 기러기 아빠 신세였던 남편을 설득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대기업에 근무중인 남편이 딸과 아내를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 이번에는 가족이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동안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해외 파견 주재원 분야에도 여성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LA에는 2명의 여성영사가 근무 중인 총영사관을 비롯해, 공기업인 관광공사와 무역관에 각각 1명의 여성주재원이 근무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주재원 발령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여성 주재원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면서, 전문인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에 만화영화를 납품하는 동우애니메이션 마리아 하 부사장은 2002년 LA사무소장에 취임했다. 본사에서 미국영업을 담당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듯 ‘스쿠비두’, ‘베트맨’ 등 연간 2,0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사시켰다.
하 부사장은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섬세하고 꼼꼼하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다”며 “이런 특징은 외국 생활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와 독신여성의 증가도 여성 주재원 증가의 원인이다.
상당수 여성 주재원이 기러기 엄마 신세를 감수하거나 교육문제 때문에 자녀만 데리고 발령지에 부임한다. 안씨의 경우처럼 남편의 희생으로 가족이 함께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올 초 관광공사 LA지사에 부임한 김영희 과장은 “선발과정도 어려웠지만, 결정할 때도 적잖게 고민했다”며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혼을 안 해 좀 더 운신의 폭이 넓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김과장은 “공기업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한다.
대기업 주재원 출신인 한 한인은 “대기업은 주로 과장급 이상을 주재원으로 내보내는데, 여성간부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기도 하지만 남성 직원에 대한 암묵적 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대기업 문화를 전했다.
KOTRA 여직원모임 ‘동심원‘ 회장을 역임한 안차장은 “모든 조직은 여자와 남자가 적당히 어울려 있어야 최고의 효율을 발휘된다”며 “여성 주재원이 늘어나는 현상은 환영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