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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회 수퍼보울 ‘실력이 패기 눌렀다’

2004-02-0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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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회 수퍼보울 ‘실력이 패기 눌렀다’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제롤 쿠퍼(왼쪽)가 1일 휴스턴에서 벌어진 수퍼보울 경기에서 팀이 32-29로 패한 뒤 동료 라드 스마트와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32-29 캐롤라이나 격파

팬서스 왜 졌나?

제 38회 수퍼보울 경기가 패이트리엇츠의 막판 필드골 승리로 끝났다. 이번 수퍼보울은 최장거리 타치다운 패스, 4th 쿼터 최다득점등 수퍼보울 신기록을 세우며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를 남겼다.
이번 수퍼보울은 패이트리엇츠가 7점차로 우세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캐롤라이나 팬서스가 종료 1분까지 동점 경기를 이끄는 등 막판 4초까지 승부를 예측하지 못하는 수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승부는 패이트리엇츠의 승리로 판가름났으나 팬서스 역시 넘치는 패기와 승부근성을 발휘하며 패이트리엇트에 조금도 부끄러움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오히려 이번 수퍼보울은 팬서스가 조금만 일찍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다면 승부는 충분히 뒤집어 질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러면 팬서스 왜 졌나?
한마디로 작전에서 밀렸다.
팬서스는 초반 뉴잉글랜드의 철통 디펜스를 상대로 우직할 만큼 런닝 공격으로 일관, 2쿼터 중반까지 네트 야드 0(제로)라고 하는 수퍼보울 사상 최저 수치스러운 기록을 낸 것인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경기 전 예상은 팬서스가 지상방어 랭킹 4위에 올라있는 패이트리엇츠를 상대로 숏패스 위주의 땅따먹기로 나설 줄 예상됐다. 그러나 팍스 감독이 팬서스의 지상공격을 과신하고 있었 것이 실수였다. 팬서스는 첫 쿼터에서만 ‘0(제로) 1st 다운’이라는 진기록을 내는 매운 맛을 보고 난 뒤에야 공중공격으로 선회하는 굼뜬 작전감각을 발휘했다.

선수들의 실력은 팬서스가 우월했다.
팬서스는 팀이 7-0으로 뒤지던 2쿼터 막판 스미스의 39야드 장거리 타치다운 리셉션을 비롯 4쿼터 막판에서도 무하마드의 수퍼보울 신기록 85야드 장거리 타치다운 리셉션으로 경기를 역전시키는 탄력있는 공격력을 발휘했다.
팬서스는 막강 폭격기를 보유하고도 탱크로 밀고 나간 것이 통한의 패인이었다.
팬서스의 팍스 감독은 팬서스를 수퍼보울에 올려놓은 장본인이었는지는 몰라도 수퍼보울 반지를 낄만한 재목은 되지 못했다.
한편 NFL에 드래프트되지 않은 쿼터백으로는 커트 워너 이후 두 번째로 수퍼보울 무대에 오른 캐롤라이나의 제잌 델롬은 이날 323야드를 기록, 뉴잉글랜드의 탐 브레디(354야드)에 조금도 꿀리지 않은 패싱 감각을 자랑하며 NFL 스타 쿼터백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탐 브래디는 조 몬나타였나?

이번 수퍼보울 제 38회는 제 2의 몬타나로 각광 받고 있는 뉴잉글랜드의 탐 브레디가 또다시 클러치 플레이를 펼치며 ‘Super Cool’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뉴잉글랜드는 이번 수퍼보울을 탐 브레디 때문에 이겼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수퍼보울 MVP 브레디의 활약은 대단했다.
뉴잉글랜드는 이날 디펜스의 수퍼활약에도 불구하고 초반 2차례의 필드골이 빗나가는 등 결코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브레디는 팬서스의 맹렬한 수비 압박에 불구하고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를 뿌려대며 야금야금 땅따먹기에나서 결국 지칠대로 지친 팬서스의 수비를 상대로 막판 공중폭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브레디는 이날 4쿼터에서 결정적인 인터셉션을 기록했으나 29-29 동점상황에서 마지막 1분간을 정확하게 요리, 종료 4초전 필드골로 승리하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브레디는 타이밍은 물론, 뛰고, 빠지는 순발력에 있어서도 과거 조 몬타나에 비해 전혀 꿀림없는 실력을 과시, 브레디 시대를 예고했다.

수퍼 명승부

이번 수퍼보울 38회는 수비력, 공격력에서 NFL 사에서 기념될만한 명승부를 남겼다.
뉴잉글랜드의 막강 수비는 2쿼터 중반 까지 팬서스의 공격을 네트 야드 제로라고 하는 과거 86년 시카고 베어즈를 연상케하는 철그물 수비로 다이나믹 수비의 묘미를 펼쳐보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막강 수비를 상대로 팬서스가 펼쳐보인 공중쇼.
팬서스는 거의 무득점으로 물러날 것 같았던 위기에서 거의 곡예사와 같은 리시버들의 활약으로 기적적인 장거리 타치다운을 연속적으로 터뜨리며 수퍼보울을 지켜보는 팬들을 열광시켰다.
점수도 32-29. 토탈 38점을 넘지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선수들 모두 능력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며 NFL사상 가장 엑사이팅한 경기를 펼쳤다. 양 팀모두 부끄러움 없는 한판 승부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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