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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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생포-흥분할 일이 아니다

2003-12-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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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형 칼럼


이라크의 전 독재자 후세인이 생포되었다고 미국이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흥분하고 들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가 생포된 것이 이라크에서 게릴라 활동이 끝났다는 의미도 아니고, 부쉬 대통령이 잘했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나 이슬람국가들에 대한 정책이 잘 됐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보이는 현상 이면의 근본적인 내용을 보면, 그의 생포 또는 그를 죽이는 것은 너무나 늦은 것이었다. 늦었지만 그가 잡힌 것은 그동안 죽어간 수 백명의 군인들과 죄 없는 민간인들 그리고 수많은 부상자들 덕택이다. 또 그동안 퍼부은 수 천억 달러의 세금 덕택이다.

부쉬 대통령이 잘 한 것도 아니고 그의 이라크 정책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을 부쉬 대통령의 재선에 연결시키는 것은 더더구나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과 연합군 그리고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들은 지금 냉정해야 한다. 현지 보도를 보면 후세인 생포뉴스에 기뻐하는 이라크인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연합군에 대한 테러행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의 생포로 후세인 지지 세력이 약화되고 몰락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미국과 연합군에 대한 반항과 게릴라전은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장밋빛 미래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여튼, 사담 후세인이 생포되었다고 해서 이슬람 과격파 중심의 활동과 빈 라덴 중심의 알-카이다 조직의 대미테러, 국제적 파괴 소란 행위가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될 것이라는 추측이 더 타당성이 있다.

이슬람 과격파에 대한 무력제재나 이슬람국가들에 대한 강경 정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들의 기본적인 문화와 역사적 배경, 미국과 서구 선진국들에 대한 적대감과 상대적 박탈감 등을 잘 연구하고, 이해하는 차원에서 미국은 문화적이고 유화적인 정책과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이슬람 테러조직 제재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은 강경 무력 정책은 상황을 더욱 나쁘게만 할뿐이다. 문제는 사담후세인 한 사람이 아니다. 이슬람 국가전체와 국제테러 조직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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