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깜짝놀랄 性강의 홍성묵교수
연세대에서 한 학기 동안 교양과목 ‘성과 인간관계’를 진행한 홍성묵 교수가 학생이 제출한 과제를 들어보이고 있다. 홍 교수는 성기는 생명을 창조하는 아름다운 곳인 만큼 이를 ‘치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딸 엄마 아빠 요즘 한 달에 몇 번이나 하세요?
아빠 글세… 2주에 한번 정도 하는 것 같다.
딸 생각보다 많이 하시네요. 어떤 체위를 선호하시죠?
아빠 우리는 20년 동안 내가 위에 있는 자세로만 했단다.
딸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엄마 나는 다른 체위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전혀 바꿀 생각이 없었어.
아빠 아니, 당신 그랬단 말이야? 난 그것도 모르고…. 미안하오.
미국 시트콤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얼마 전 종강한 연세대 교양과목 ‘성과 인간관계’에서 한 학생이 제출한 과제의 내용이다. 이 숙제의 이름은 ‘수업 핑계 대고 부모님 성교육 시키기’. 결국 “제가 남자친구랑 성 관계를 맺는다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묻고 부모님은 “성병과 피임에만 신경 쓰다면 막을 생각이 없다”고 답하는 것으로 대화는 마무리됐다. 다소 의외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이다.
올 2학기 동안 200여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진정한 성’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며 숱한 화제를 뿌린 연세대 홍성묵(61) 교수. 호주 웨스트 시드니대 심리학과 교수인 그는 세계를 누비며 무수한 성 학술 대회에 참가하고, 8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인 성심리학자이자 성기능 장애 치료 전문가이다. 1997년부터 매년 서너 차례 한국을 찾아 전국 각지의 대학과 각종 학술단체에서 건강한 성문화를 주제로 특강을 해왔지만 정식으로 강의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의 성기는 아름다운 것
“부모님과 성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뭐가 어색합니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성기능장애의 원인은 대부분 ‘해서는 안될 것을 한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입니다. 애인이랑 섹스하는 게 무슨 잘못이라고….”
홍 교수의 강의는 처음부터 파격, 그 자체였다. 호주에서 성 관련 수업시간 중 학생들이 둘러 앉아 서로의 성기를 보며 토론을 벌이는 사진을 보여주고 “우리도 똑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이 “절대 못한다”며 버티자 홍 교수는 한 발 양보, 자신의 성기를 그려오는 과제로 이를 대신했다. 단 평소의 상태와 흥분된 후의 모습, 두 가지를 컬러로 그려오고 남자는 성기의 사이즈를, 여자는 질 입구와 음핵 사이의 길이를 재서 표시하도록 했다.
홍 교수가 내심 우려했던 것과 달리 200명이 넘는 학생 모두가 과제를 제출했다. 심지어 그림 솜씨가 부족하다며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제출한 학생도 몇 있었다. ‘임신 중절한 사람 인터뷰해오기’, ‘내가 경험한 성병에 관한 리포트’ 같은 곤란한 과제가 매주 이어졌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오히려 사그러들었다.
학교 게시판에 한 학생이 ‘숙제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글을 올렸지만 오히려 수많은 다른 수강생들이 ‘교수님에게 뭘 배웠냐’ ‘나는 계속 이런 성교육을 받고 싶다’고 반박을 올려 청강생만 더 늘어났다며 웃는다.
“자기 성기를 유심히 본적 있습니까? 없을 겁니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곳을 우리는 왜 부끄럽다며 ‘치부’라고 부르는 걸까요. 사람마다 성기의 모습은 모두 달라요. 속된 말로 ‘구멍만 안 막혀있으면’ 모두 정상입니다. 학생들에게 그걸 가르쳐주고 싶었죠. 소음순이 짝자기라고 절제수술을 하고 음경이 작다고 확대수술을 하는 건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성관련 수술 난무하는 대한민국
여성에게 극적인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준다는 ‘지스팟(G-sopt)’의 위치는 입구에서 3~4㎝ 정도에 위치해 남성의 길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게다가 물방울 하나 안 들어갈 정도로 탄력적인 조직으로 돼 있어 남성의 성기가 ‘물 분자보다 가늘지만 않으면’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소음순 절제도 쓸데 없는 수술입니다. 90% 이상이 비대칭일 뿐 아니라 여성이 음핵 다음으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곳이 소음순인데 그걸 더 붙이지는 못할망정 수십 만원을 내고 자른다구요? 얼굴이야 늘 내놓고 다니는 것이니 뜯어 고친다고 하지만 이건 사랑하는 사람과 당사자만 보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성기 관련 수술이 심각할 정도로 너무 많아요.”
홍 교수는 포경수술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표했다. 하루에 몇 번씩 샤워할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좋아진 상황에서 위생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표피가 있으면 귀두가 너무 예민해져 조루가 우려된다는 것 역시 근거가 없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어릴 때 수술한 이들의 소송이 이어져 의사들이 복원수술까지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표피가 없으면 마찰 등으로 음경이 상할 수 있습니다. 전 혼자 외국을 다니는 일이 잦아 자위행위를 많이 하는데 한 번은 이 놈이 지퍼에 긁혀 피가 철철 나는 바람에 병원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외국에서 얼마나 창피하던지 ‘내가 왜 수술을 해서…’하는 후회가 몰려 오더라구요. 어머님들, 제발 포경수술 시키지 마십시오.”
부부간의 즐거운 성 위해 이벤트를
‘성 전도사’를 자처하는 홍 교수가 가장 주력하는 일은 섹스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이다. 1997년 연구를 위해 이른바 ‘임포의 전화’를 설치하고 두 달간 6,400여명의 전화를 받아 작성한 ‘고개 숙인 한국남성의 실상’에 관한 연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성기능 장애에 대해 무심한지 깨닫게 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 중 6년 이상 조루에 시달리는 이가 44%, 1년 이상 발기가 안 된다고 호소한 남성이 80%에 달하는데도 이 중 대부분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여성들도 이제 성에 있어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남편의 성 기능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강요해야 해요. 밝힌다는 소리 듣는 게 두려워 묵묵히 용인하고 인정해주니깐 문제가 점점 커지는 겁니다.”
그는 또 여성도 성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기 위해 젊을 때부터 자위행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녀 모두 성의 절정기는 18~20세로 결혼 평균 연령인 27~28세까지 아낀다고 가만히만 두면 쓰지 않는 자동차가 망가지듯이 성적 기능도 저하돼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케겔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홍 교수는 13~14일, 동두천 여성상담센터와 함께 부부를 대상으로 ‘멋진 삶을 위한 사랑과 성’이라는 워크숍을 개최한다. 호텔로 장소를 잡고 강의 중간중간마다 ‘실습’을 한 후 공개토론을 하는 다소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또 지난달 23일 창립한 ‘대한 성학회’에도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창립식을 겸한 첫 학술대회에 의사, 성폭력 상담가, 성교육 교사 등 1,000여명이 찾아온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성을 이야기할 곳이 너무 없었음을 깨달았다고 토로한다. 태어날 때부터 성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4,000만 국민 모두가 입회 자격이 있으며, 입회비 1만원에 연회비 1만원이면 회원이 될 수 있다.
젊을 때 ‘사랑’에 관해 연구하다 사랑이 자연스럽게 성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성 심리학으로 빠져들었다는 홍 교수. 그는 요즘도 섹스의 기쁨은 사랑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예전에는 남녀가 관계를 맺을 방법이 없어서 전전긍긍했는데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섹스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널려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곳에서 자극을 찾으려고 하지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강간하는 법’까지 떠돈다니 말이나 됩니까.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더 재미있는 방법을 연구해가며 성을 즐기는 것이 최고임을 알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