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홍지인씨 성탄 카드 만들기

2003-12-12 (금) 12:00:00
크게 작게
아직 미국 생활 새내기라 집에 배달되는 우편물이라고는 돈 내라는 청구서밖에 없던 홍지인(27, 프로덕션 어시스턴트)씨. 12월 들어 메일 박스를 확인하던 그녀는 친구들과 선배들이 보낸 빨간 색 겉봉의 카드들을 손에 쥘 때마다 반가움에 눈 맞은 강아지처럼 두 발을 팔짝거린다.

그녀보다 바쁘면 더 바빴지 결코 더 시간이 많지 않은 그들의 카드를 펼칠 때마다 그녀의 가슴엔 감동의 파문이 인다. 이메일 한 줄 쓰기도 바쁜 세상에 언제 이 예쁜 카드를 골라 직접 친필로 문구를 적어 넣고 우표까지 붙여 우체통에 넣었을까.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카드를 겸한 연하장을 보내려 하던 터에 막상 카드를 먼저 받고 보니 조금은 마음에 부담이 생긴다. 그냥 마켓에서 벌크로 사다 몇 자 적어 보내는 것으로는 아무래도 뭔가 부족하지 않나 싶어진 것.


지난 주말 그녀는 아트 재료 상,마이클스(Michaels’)에 들러 색색의 종이와 반짝이, 스티커, 아플리케를 잔뜩 사왔다. 지난 한 해 동안 카드를 만들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꽃이 찬란할 때면 그 꽃잎을 책갈피에 넣어 말렸었고 낙엽이 아름답던 시절엔 사춘기 소녀처럼 이를 주워들기도 했던 것.

작업을 개시하려는 그녀는 우선 가위를 들어 색색의 도화지를 카드 크기에 맞도록 자른다. 한 가운데에는 마이클즈에서 사 온 아플리케를 글루를 이용해 떨어지지 않도록 붙였다. 크리스마스라고는 하지만 모두가 별, 트리, 천사 일색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일상을 예술처럼 바꾸어나가는 친구에게는 이젤에 캔버스, 붓, 물감 미니어처를 붙여 만든 아플리케를 붙이고 To the true artist 라는 문구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좀처럼 쉴 줄 모르는 남편 천세원 씨에게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파라솔 아래 누워 선탠을 하는 아플리케를 붙였다. 카드를 받는 순간만이라도 그가 한 조각의 휴식을 즐기기 바라는 마음을 더해서.

빨간 색 도화지에 천사 아플리케를 붙이고 풀을 칠한 후 반짝이 가루를 뿌리면 화려한 크리스마스카드가 완성된다. 굳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쓰질 않았다. 카드 안 종이에 쓰는 인사말에도 즐거운 성탄을 보내라는 구태의연한 말보다는 한 해 동안 그녀에게 보여준 친구와 선배들의 사랑과 우정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그녀에게 있어 그들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를 적어 넣었다.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두고 사는 세대의 그녀이지만 주소 역시 직접 친필로 적었다. 눈사람이 모자를 쓰고 있는 우표를 붙여 카드를 부치려 우체국에 달려간 그녀는 청마 유치환의 이영도를 향한 마음을 헤아릴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 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박지윤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