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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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한 운동’ 기고를 보고

2003-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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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시각]

▶ 이정훈 기자


애국심(愛國心)은 문자 그대로 나라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매우 긍정적인 인식이다. 민족(애국)주의가 뚜렷한 민족일수록 역사 속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한민족은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단일민족의 맥을 이어오며 강인한 민족주의를 발휘해 왔다. 그러나 애국심을 다만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발휘해야 된다는 식의 사고는 매우 감정적이고도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지난 10일 본보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최종윤씨의 ‘한한한 운동’이란 제목의 기고를 보고 한 독자께서 반발 전화를 주셨다. ‘한한한 운동’은 한국사람이 한국차 한 대씩을 소유하자는 애국적 취지의 기고로서, 전화를 주신 분은 첫마디에서 누구는 애국하고 싶지 않아 한국 차를 외면하겠느냐고 항변했다. 한국차를 샀을 때와 일제 차를 샀을 때의 성능, 애프터 서비스등을 한번 비교해보라는 것이었다. 자신도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한국차를 사겠으나 바쁜 미국에서는 도저히 자동차 수리, 부품 등을 가느라 시간을 거리에서 허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분은 또 식당 서비스등에 대해서도 언급, 한국식당에서 팁 매너가 없다고 동포를 욕하기 전에 먼저 종업원들의 서비스를 미국식당과 비교해 보라고 힐난했다. 엎드려 절 받기 식 서비스를 받고 어떻게 미국식당과 동질의 팁의 줄 맘이 생기겠느냐는 것이었다.

’애국이 무엇이겠느냐’는 이분의 주장에 항변하기 전에 먼저 한번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애국심에 대해 한번 비교해보자. -물론 이는 미국사회에서 종종 발생되는 현상이지만- 만약 자신이 경영하는 한국식당 옆에 다른 한국식당이 개업을 했다고 하자. 침을 뱉고 소금을 뿌리지 않을 한국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중국인을 보자. 대다수의 경우 꽃을 들고 가 축하해 준다. 물론 중국인들의 동족애와 뭉치는 힘의 진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년 전 이그재미너지가 중국인 손에 넘어갔을 때를 예를 들어 보자. 이그재미너지는 몇 달이 못 가서 곧 Independent(Free Newspaper) 수준으로 조악하게 전락하고 말았지만 거리에서 신문을 사보는 중국인들의 한번 자세히 관찰해보라. 다만 그것이 자신의 민족이 경영하고 있다는 하나의 이유때문에 수많은 중국인들의 손에는 이그재미너지가 펼쳐져 있었다.

‘한한한’운동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를 묻기 전에 한민족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애국심의 전체적 기류를 먼저 훑어보아야 한다. 단순한 애국심은 이기심의 발상일 뿐이지, 전화를 주셨던 독자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조만간 변질되고 말뿐이다. 진정한 애국심이란 한 사람의 주장이나 감정의 발로로 이루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애국은 감정이 아니라 책임과 양심이다. 각 개인마다의… 기업인은 기업인마다, 종업원은 종업원마다, 소비자는 소비자마다의 책임과 양심을 지켜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애국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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