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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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크리스마스

2003-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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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 박성희 <컨설턴트>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내 마음이 훈운해짐을 느꼈다.

어릴적 나는 11월의 마지막 달력장을 넘기면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고 혹시나 산타할아버지가 않오시면 어쩔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그럴때면 나 스스로에게 내가 착한 아이였는지 혹시 잘못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곤했다. 그리고 엄마가 주신 12월 초코렛달력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기도 했다. 1일부터 24일까지 하루에 한장씩 초코렛창을 열다보면 산타할아버지께서는 내게 어김없이 오셔서 잠자는 내 머리맡에 갖고 싶어하던 선물을 놓고 가셨다. 또 한가지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릴 수 있게 해 주었던 힘은 나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었다.


몇시간을 앉아서 색종이를 오리고, 엮어서 만든 이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트리! 그리고 빨간 색종이를 원뿔 형으로 만들어서 모자, 눈섭, 입, 옷자락을 솜으로 부쳐서 매달고, 풀칠로 엉망이된 된 손으로 솜을 뜯어 트리에 얹어 놓으면 하얀 눈이 소복히 앉아 있는 아주 멋진 이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그것을 바라보며 혼자 도취되어 산타할아버지도 감동하실 거라고 내심 뿌듯해 했다. 물론 내 선물을 꼭 주실 거라는 확신과 함께..

내게 또 하나 소중한 크리스마스 행사는 엄마의 과자였다. 12월이면 엄마는 매주 다른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 주셨다. 마치 엄마는 요술쟁이처럼 달도 만드시고 별도 만들어 주셨다. 엄마가 과자를 만드실 때마다 나는 어떤 모양의 과자가 나올지 점을 치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었다. 과자가 완성되면 엄마는 예쁜 상자에 넣어서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등 친척들에게 돌리셨다. 어린 마음에 그 과자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왔지만 착하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그 과자 상자를 들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녔다.

특히 그 예쁜 상자를 들고 깡총 깡총 뛰어서 할머니댁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그것을 보고 참으로 기뻐 하셨다. 그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의 기뻐하시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고 정말 착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곤 했다. 그리고 은근히 이 정도면 산타할아버지께서 선물을 주실 거라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면서 어린 시절처럼 일년을 착하고(?) 정직하게 바른 생활을 하였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갖곤한다. 아마도 산타할아버지 가 오시리라는 기대감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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