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르네상스 할리웃 호텔 파티 음식장식가 준 안씨

2003-12-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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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과일은 냄새만 맡아도 뭔지 알만큼 통달했지요

호텔 파티의 오르되브르는 일단 화려하다. 먹음직도 하지만 우선 보암직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호텔 주방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준 안씨는 25년 간 이 분야 외길을 걸어온 베테런이다. 할리웃과 하이랜드 ‘르네상스 할리웃 호텔’의 파티 음식, 그 중에서도 오르되브르, 샐러드, 과일, 치즈, 쿠키 등 찬 음식은 100% 그의 손을 거쳐간다. 안씨는 스스로 ‘음식 장식가’(food decorator)라 하는데, 작품 만들 듯 정성 들여 꾸민 음식이 파티 석상에서 호응을 얻을 때의 기분이란 뿌듯함을 넘어 행복하다고 한다.


하루 수천 명 분량을 맡는 건 다반사고, 호경기나 연말 등 파티가 잦은 시즌엔 하루 10여 개씩 파티를 치른다. 그래서 나이 먹어 건망증은 생겼어도 일에 관한 한은 몸과 머리가 컴퓨터라고 한다. 그런 그녀도 초창기엔 음식이 설어 고생했다.

왜 없었겠어요. 한국선 하나인 줄 알았던 ‘브레드’ 종류가 수십 가지더라고요. 치즈도 20∼30가지 되는 게 뭐가 뭔지 모르겠죠, 이름 어렵죠, 그래서 그림 그려가며 외웠어요

외길 걸어온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도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 한국서 ‘요리에 감각 있는 평범한 주부’였을 뿐, 요리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평생 손끝에 과일 물을 묻히고 살아온 건 순전히 일이 너무 즐거워서다.
아침 6시 출근해 컨베이어 벨트처럼 출력돼 나오는 ‘뱅큇 이벤트 오더’대로 재료를 척척 썰고, 모양내고, 꽃과 과일·견과를 멋스럽게 얹는 일들이 그녀는 노래부르듯 기분 좋다고 한다.

파티 담당 부서의 최고참으로 딸·아들 같은 동료 직원들 사이에 ‘준 마마’로 불리는 안씨는 은퇴가 가까운 나이지만 호텔 체질이라 파트타임이라도 일해야 오래 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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