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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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10%, 천연두 덕분에 에이즈 안걸려

2003-12-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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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버클리 연구진 주장

미국에서 에이즈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한해 4만2,000여명. 그중 절반 이상이 흑인이다. 흑인의 본고장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가 고질적 풍토병인 말라리아를 제치고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지 오래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4명중 1명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보균자다.

순전히 부모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도 에이즈 위험에 처해 있는 15세 이하 소년소녀만 해도 무려 1,340만명이다. 그런데 유럽인들의 약10%는 아예 ‘에이즈 프리(AIDS-free)로 태어난다. 수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단 한차례 성관계를 갖지 않고도 HIV균을 안고 태어나는 반면 유럽에서는 난잡한 성생활을 해도 에이즈 걱정없이 살아가는 행운아들이 수천만명에 달한다.

그 이유에 대한 의학계의 분석은 엇갈린다. 700년전 유럽을 휩쓴 변종 임파선염 때문에 강력한 유전자가 생겨났고 이것이 HIV균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항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최근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UC버클리 연구진은 제16회 세계에이즈의 날(1일)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서 천연두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인들이 수백년에 걸쳐 천연두와 싸우면서 10명중 1명꼴로 HIV균을 물리칠 수 있는 초강력 유전자를 몸속에 지니게 됐고 그것이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연두는 지난 70년대에 와서야 사라졌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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