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의 공기가 너무나 차가워 정적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 남편은 앞만 보고 운전을 하고 나는 그 옆자리에 앉아서 똑같이 앞만 바라보기를 10여 분. 이런 침묵을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내가 여러 번의 헛기침 끝에 결국 한 마디 했다. “길이 좀 막히네.” 그러나, 남편은 한 마디 대답도 없이 계속 차를 몬다. 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 내가 한 말 때문에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
만 하루가 지나서야 남편이 내게 화가 난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뭐, 미리 짐작했던 것이지만 본인의 입을 통해 정확한 이유를 듣고 나니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진다. 우리를 이틀 동안이나 불편하게 했던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을 비교해서 말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렇게 심한 말이나 심각한 문제를 거론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바로 그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일단 나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함으로 냉전상황은 종료되었다.
우스운 이야기로 아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남편들의 이야기는 3위가 군대 이야기이고, 2위는 축구 이야기 그리고, 1위는 군대 축구 이야기란다. 대화의 소재를 자신들 중심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내들은 지겹고 싫은 가보다. 반면에 남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아내들의 이야기는 3위가 돈 잘 버는 남자 이야기이고 2위는 친구 남편 이야기 그리고, 1위는 돈 잘 버는 친구 남편 이야기란다. 한 마디로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박장대소하며 웃을 얘기 안에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교훈이 담겨 있을 줄이야. ‘비교는 금물! 비교는 금물!’하며 마음에 다짐하는데 피식 피식 웃음이 샌다. 꼭 우리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말이다.
결혼 전에 생각했던 사랑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짧은 결혼생활을 거치면서 깨달은 사랑은 행동이다. 감정이 선행되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감정에만 의존하였을 때 사랑을 지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어리석은지 그리고, 행동이 없는 사랑이 얼마나 무의미 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성경의 사랑에 관한 구절이 왜 동사형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