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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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계절

2003-11-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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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은희<교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1년 중 이렇게 감사의 계절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열한 달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던 감사한 분들을 생각하고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바로 이 때가 아닌가 싶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이 당연하고 그것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고마워 할 줄 모르면 그 사람은 아직 덜 성숙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자신에게 베풀어준 고마움에 대해서 감사할 줄 아는 것은 바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감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고마움을 베풀어 준 사람에 대해서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자족(自足)할 줄 알고 그에 대해서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알게 된 한 노래의 구절처럼, ‘지난 추억 인해 감사, 향기로운 봄철이나 외로운 가을날에도 감사, 아픔과 기쁨도 감사, 절망 중 위로 감사, 길가의 장미꽃 감사, 장미 꽃 가시 감사, 따스한 사랑의 가정, 일용할 양식 감사, 기쁨과 슬픔도 감사, 내일의 희망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때 비로소 타인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향기로운 봄철을 감사하기는 쉬우나 외로운 가을날을 감사하기는 힘들며, 기쁜 일에는 누구나 감사할 수 있으나 아픔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길가에 피어난 장미꽃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나 그 속에 숨은 장미꽃 가시로 인해서 감사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훈련 과정을 거쳐서 이룰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이 감사의 계절에 나의 장미꽃 가시로 인해 감사할 수 있는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희망의 노란 은행잎 편지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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