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2003-11-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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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글렌데일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11월9일 저녁에 LA 컨벤션센터에서 미주 한인교회 창립 100주년 감사 대축제가 열렸습니다. 1만8,000여명의 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단한 축제였습니다. 4부 경의(Honor), 화해(Reconciliation), 축하(Celebration), 축복(Blessing)으로 나누어서 6시간, 장시간에 걸쳐 순서가 진행되었습니다. 특별히 화해의 시간에 우리 교회 영어 회중의 샘 박 목사님은 설교를 통해, 1세, 2세간의 화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회개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함께 회개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샘 박 목사님께서 설교는 물론 영어로 하셨지만,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로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만나서 인사를 할 때,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서로 묻기만 하고 그 대답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식 인사법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덕분에 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당신 덕분에 내가 참 잘 있습니다. 이 대답에는 무엇보다 상대방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2세들은 왜 어른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하냐?고 따질 것만이 아니라, 1세가 먼저 안녕하냐고 물어보고, 서로 덕분에 잘 있다고 격려하고 감사할 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질 줄 믿습니다.
내일은 미국에서 지키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입니다. 이 나라의 전통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터키를 먹으면서 지난 한 해 동안 보살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서로 감사의 표현을 하는 날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도 이 전통에 참여하면서 온 가족들이 모여 먼저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그리고 부모와 자녀들이 진정으로 안녕하십니까? 묻고, 당신 덕분에 지난 한 해도 잘 있었다고 인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부자의 대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주일날, 교회에 갔던 아들이 집에 들어오면서 상기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아버지, 오늘 저에게 참 감사한 일이 생겼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건 기적이에요. 오늘 교회에서 집으로 오다가 제가 탄 버스가 사고가 나서 일곱 바퀴나 굴렀어요. 그런데 상처 하나 없이 이렇게 말짱해요. 하나님께 정말, 정말 감사해요.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그렇지만 나는 너보다 훨씬 더 감사하다. 아버지는 여덟 바퀴 굴렀나요? 아니, 나는 한 바퀴도 안 굴렀다.

꼭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한 가운데 감사하는 이번 감사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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