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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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권 붕괴가 목적

2003-11-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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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 탈북유도.경제제재 통한

▶ 북한 자유화 법안 상정 의미와 전망

‘북한자유 2003 법안(S 1903 North Korea Freedom Act of 2003)’이 20일 미 상원에 상정됐다.
명목은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보호와 민주화다.
하지만 골자는 북한 주민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고 경제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고 체제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다면 한반도에 미칠 파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북한 주민들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미국인에 의한 북한 어린이 입양, 탈북자들에 미국내 3년 체류를 허용하는 S비자 발급등 구체적 방안을 밝혔다.
또 탈북자 지원단체 등에 연 2천7백여만달러씩 1억1천만달러를 쓰겠다 한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지원 단체에 돈을 쏟아부어 대규모 탈북 행렬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피난처를 제공하며 북한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어 붕괴시키겠다는 시나리오다.
북한의‘민주화’를 위한 지원방안도 포함됐다. 미국의 대북 선전용 라디오인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 소리방송(VOA) 확대와 북한 지역에 라디오를 보급하는 계획이 그 하나다. 이 예산으로 4천4백만달러란 거액을 배정했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김정일 체제를 흔드는 심리전을 병행하겠다는 포석이다.
경제제재를 통한 고립방안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에서 인권개선 상황이 확실히 검증되기 전까지 미국 정부가 무역제재를 해제하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경제 제재로 북한의 목을 조이겠다는 의미다. 결국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 주민들은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된다.
2003년 회계연도부터 2006년 회계연도까지 총 5억6천2백만달러를 투입해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의회 차원의 이러한 총괄적 대북정책이 통과된다면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반발, 앞으로 진행될 한반도 관련 대화 테이블을 거부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또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인 평화번영정책과도 배치된다. 즉 북한체제가 평화롭고 점진적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세력들을 곤란한 지경에 빠트리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법안이 발의자인 샘 브라운백 동아태 소위원장(사진), 에반 베이 상원의원등 대북 강경파들의 계산대로 시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먼저 상당 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라는 정치적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또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의 성과여부도 변수다. 국제사회를 동원한 압박구조를 통해 북핵 제거등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 대화론자들의 시도가 성사되면 강경론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수들과 함께 이 법안이 시행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 법안은 내년 1월경 상원의 동아태 소위, 외교위원회 심리 후 본회의 투표에 부쳐진다. 여기서 통과되면 다시 하원에 상정돼 아태소위, 국제관계위 심리를 거쳐 본회의 투표를 거친다. 마지막에는 부시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라도 내년 여름은 돼야 최종 결정이 난다.
따라서 짧지않은 여과과정을 거치면서 내년의 미 대선 등 정치적 격랑을 탈 가능성도 상존하기에‘북한 자유 2003 법안’의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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