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즈는 신(god)?
반즈의 MVP수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야구 기자 협회에 의해 MVP에 선정된 반즈는 신으로 착각되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타점 90개로 MVP를 거머쥘 수 있었겠느냐는 비꼬움을 받고 있다.
그것도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면 몰라도 알베르토 퓨홀즈(타점 124개, 홈런 43방)같은 엄연한 MVP감이 존재하는 데도 어떻게 식상하게도 같은 선수를 3연속씩 MVP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반즈의 MVP 수상은 아무래도 반즈의 압도적인 홈런파워, 카리스마에 밀린 일부 편견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이미 5번씩이나 MVP를 수상한 반즈에 또다시 월계관을 씌우는 것은 반즈 개인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들이다.
일부 언론은 한 수 더 떠 반즈의 스테로이드 복용등을 지적하며 반즈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즈가 수년간 볼넷을 자주 골라 나가는 것도 성적만을 위한 이기주의 플레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4구로 걸어나가는 것 보다는 어지간한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팀성적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견해들이다. 반즈의 약한 어깨도 외야수로는 불합격이라고 깎아 내리고 있다. 즉 반즈는 훌륭한 타자는 될 수 있을지언정 훌륭한 선수로는 아직 미흡하다며 그의 MVP 수상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즈는 동료들과도 잘 섞이지 못하며 언론과도 불화하는 등 외골수, 거만한 선수로도 정평이 나있다. 이번 MVP 수상은 아무래도 반즈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많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반즈의 MVP 수상은 차치하고 타격자세등을 들어 반즈를 이기주의로 몰아세우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시각이다.
좋은 타구는 좋은 공을 칠 때 비로소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야구의 기본상식이다. 욕심이 앞서면 절대 좋은 타격이 나올 수 없다. 반즈는 홈런 73개를 칠 당시 팀 공헌도를 천명하고 나섰다. 즉 신기록을 위해 무리하게 방망이를 휘두르기보다는 볼넷으로 진출, 팀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반즈의 홈런 신기록은 욕심보다는 기다림의 결정체였다. 물론 반즈가 어느정도 마음을 비우고 처신했느냐하는 것은 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반즈는 한 경기에서 4번씩 4구를 얻어 걸어나가면서도 결코 당황하거나 서두르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
반즈의 이번 MVP수상이 일부로부터 시기에 찬 눈초리를 받고 있다. 내년도에는 더욱 스테로이드 사용, 성격결함등이 집중공격을 받을 예상이다. 반즈는 잘하고도 칭찬 못 받는 몇 안 되는 부류에 속하는 선수이다. 물론 그의 고립된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반즈의 성격결함은 김병현같은 선병질적인 것은 아니다. 언론에 당당했을 뿐이지 결코 위해를 가하거나 맞서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반즈의 성격결함도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일뿐, 동료와 섞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은 너무 획일적인 견해일 뿐이다.
반즈는 지난주의 한 회견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고 자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은 결코 언론에 비쳐지는 것처럼 거만하거나 무례한 성격이 아니라며 언론과 시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즈는 세기에 한 두명 태어날까 말까하는 위대한 타자이다. 물론 이것은 성적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그가 행크 아론의 홈런 기록을 뛰어넘어 야구의 새 역사를 창조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 그러나 MVP수상의 부적절성은 차치하고 무조건 반즈를 비하하는 것도 어쩐지 너무 인간적인 시기심이 작용하고 있다.
물론 퓨홀즈가 MVP를 받았더라면 더욱 바람직했겠지만 반즈의 MVP도 정당한 결과임을 부인할 여지는 없다. 반즈는 올 클러치에서 -최소한 4-5게임에서- 굿바이 홈런(안타)등을 날리며 팀을 구해냈다. 단 390타석에서(퓨홀즈 590타석) 홈런 45방, 90타점을 기록한 것도 슈퍼맨 활약이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남들은 사향길에 접어들 39세의 나이로 인간승리를 일궈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반즈가 얼마나 더 뻗어나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열매(결과)를 보아 나무를 아는 법, 반즈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