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55)씨는 몇 달 전 만해도 복수와 각혈로 사경을 헤맸다. B형 간염이 10년전부터 간경화 증세로 발전했다가 올해 초 간암 선고까지 받았었다. 그러던 김씨가 요즘은 식사도 잘하고 골프 스케줄까지 짜고 있다. 죽는 줄로만 알았던 김씨가 지난 8월 타운인근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 이식수술을 받아 이젠 멀쩡하게 회복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김씨 처럼 최근 간이식 수술로 생명을 구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타운 인근의 세인트 빈센트 병원만 해도 전체 간이식 수술 환자의 10%가 한인이다. 올해는 그 숫자가 더 늘어 지금까지 시술된 23건중 한인 환자가 5명에 달한다. LA일원에는 UCLA, UCI, 시더스사이나이, 로마린다등 대형 병원에서 500~600건의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한인 환자는 대략 1~2%으로 알려진 상태이다.
단점이 있다면 수술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비용만 적게는 20만 달러에서 많게는 40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여기에 수술 후 혈액검사, 약물치료등 부대비용까지 감안한다면 30만~50만 달러는 소요된다는 것이 관련 병원들의 설명이다. 보험환자들도 이식 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간이식 수술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전국적으로 매년 2만 명의 환자가 대기자 명단에 올라 이식될 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에 자신에 맞는 간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실제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는 전체의 25%인 4,000~5,000명 선이다.
세인트 빈센트 병원의 간이식 전문의 리처드 라모스 로페스는 “우리 병원에만도 대기자중 한인 환자들이 전체 대기자의 12%”라며 “문제는 간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장기 기증의 대한 개념이 보편화 돼 있는 미국은 형편이 아주 좋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는 문화적 차이로 장기 기증 자체를 꺼려하는 데다가 장기 매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거금의 비용을 들여 미국으로 건너와 선금을 내고 간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한국인 환자들도 적지 않다.
간이식 수술은 환자의 증세에 따라 순서가 결정된다.
환자들은 전국 장기이식 관리 조직인 UNOS(United Network Organ Sharing)에 이름을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리게 되며 UNOS는 환자의 혈액형과 증상을 종합해 ‘멜드 점수’(Meld Point)라는 수치를 정한다. 일반적으로 장기 기증을 받으려면 멜드 점수가 40점 이상이 돼야 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생명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해 이식 수술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UNOS에 따르면 11월7일 현재 간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1만7,245명으로 신장, 심장 등 모든 장기이식 대기자 8만3,287명의 20.70%를 차지하는 높은 비율이다.
간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세인트 빈센트 병원의 간이식 전문의 리처드 라모스 로페스는 “간 기증자가 절대 부족해 7개월 동안 자신에게 맞는 간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간이식은 미국 내 환자들을 우선으로 하지만 외국인을 위해서도 5%를 할당해 준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환자들이 미국에 건너와 이식수술을 받고 있다. 한인타운 인근의 세인트 빈센트 병원의 경우 한인 환자의 절반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간이식 수술의 생존율은 수술 1년내 평균 80%를 넘을 만큼 성공률이 높다. 세인트 빈센트 병원의 경우 1년 이내 생존율은 88%, 5년 이내 생존율은 83%로 전국 평균을 능가한다.
한인들의 간이식은 B형 간염으로 인한 질환이 가장 많다. B형 간염의 경우 이식을 하고 나면 간염이 말끔히 사라지지만 미국인들에게 많은 C형 간염은 이식 후에도 계속 균이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내 간질환 환자 2,400만명중 400만명이 만성 C형 간염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B형 간염은 100만명에 달한다. 배호섭 간 전문의는 “B형 간염이 경화와 암으로 발전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한인들이 많다”고 주의를 요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