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김종훈 상항총영사가 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유는 이날자 본보 A2면에 게재된 신상우 평통 수석부의장과의 인터뷰 기사내용을 항의하기 위함이었다.
총영사는 기사 내용중 또 총영사와 친한 일부 인사가 평통위원 추천을 좌지우지해 탈락한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동포사회의 분열과 반목을 끼치는 역기능이 있다는 비판에 신 부의장은 ‘갈등의 골을 메우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비켜갔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런 질문을 함으로써 총영사 개인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사항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기자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총영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화가 덜 풀렸는지 이번에는 지난 10일자로 본보 편집국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내왔다.
서한의 골자를 그대로 인용하면 앞서 말한 한국일보 기사는 첫째, 독자로 하여금 평통위원 인선이 마치 총영사의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기본으로 이루어진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둘째, 그렇게 함으로서 총영사의 명예도 부당하게 훼손시키고 있으며 셋째, 동포들간의 불화를 조장할 수도 있는 무책임한 보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총영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따라서 본인은 한국일보가 이처럼 사실과 다른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하여 필요한 시정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결론지었다.
■과거 본국 D일보의 모 기자는 ‘네가 기자냐?’라는 책을 펴냈다. 당시 국방부를 출입하던 그 기자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데스크로부터 책임을 지고 장관이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심한 질책을 받았다고 적었다.
기자는 취재원에 대해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 때로는 거친 표현이 동원될지라도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질문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총영사의 항의는 본국에서 온 ‘높은 사람’ 앞에서 총영사의 직함을 언급한 것이 기분 나쁘다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이는 전날인 지난 6일자 본 기자의 ‘평통 개혁은 행동으로 보여줘야’라는 제목의 ‘기자의 시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것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신상우 수석부의장과의 인터뷰가 나가기 전날의 ‘기자의 시각’에서 본 기자는 올 봄 상항지역의 제11기 평통위원 선정 과정에서도 총영사와 가까운 인사 몇몇이 측근들을 대거 위원에 포함시키고 과거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을 대거 탈락시켜 이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말들이 나돌았다고 적었다.
똑같이 ‘총영사’라는 말이 들어간 기사와 칼럼이지만 본국에서 온 소위 ‘실세’로 꼽히는 신상우 부의장에게 한 기자의 질문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는 어떤 말이 이곳 동포사회에서 나돌아도 상관없지만 본국의 ‘높은 사람’에게만은 알려져선 안된다는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에서 나온 것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평소 ‘평통의 역기능’을 언급할 만큼 소신있는 김 총영사를 높이 평가해온 기자는 본국에서 온 수석부의장에게 질문했다는 것만으로 이렇듯 과민반응한 것에 실망을 느낀다.
신상우 수석부의장과의 인터뷰 기사는 역대 영사관의 평통위원 인선을 둘러싸고 전통처럼 내려온 탈락자들의 불만을 간결하게 제기한 것에 불과했다. 결국 영사관의 모든 공과(功過)는 총영사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또 평통위원 선정과정에서 아직까지도 추천위원들의 명단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인선의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총영사는 14일 통화에서 추천위원이 8명이지만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7일 통화에서 이정순, 유근배씨가 다 했고 나는 임명식에서야 얼굴을 처음 본 사람이 많았다고 말한 것은 무엇인가? 얼떨결에 2명은 시인했지만 나머지 6명의 추천위원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한인사회에 인선기준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영사관측이 추천위원을 밝히지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이미 신문사는 추천위원들의 명단을 거의 파악하고 있지만 비밀로 취급해야할 만한 인사는 한 명도 없다고 본다.
영사관이 추천위원 명단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총영사나 부총영사와 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평통위원 인선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은 아닐까?
■총영사가 필요한 시정조치를 취해달라고 신문사에 요구한 서한이 총영사관의 정식 공문인지 아니면 개인의 의견인지 불분명하다.
대한민국 정부 휘장이 찍힌 공문서 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면 공문으로 봐야겠지만 과연 본국정부를 대표한 총영사가 언론사에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외교부 본부에 보고된 것인지, 아니면 총영사 개인의 권한으로 한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김 총영사는 언론사에 이런 ‘지시성’ 요구를 할 만큼 권한이 있는 것인가? 한국정부나 한국민에 대해 명예롭지 못한 기사가 미국 언론에 보도됐을 때도 이처럼 당당하게 시정요구를 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 총영사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 기자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자질론’(資質論)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자질이 많이 의심된다고 재차 말했다.
기자의 자질은 신문사와 독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총영사가 함부로 ‘막말’ 하듯이 말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총영사에게 외교관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 그것도 많이 의심된다고 말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