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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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없는 상장이 한국선 ‘경력 부풀리기’로 악용

2003-11-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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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격려차원에서 줄 수도 있는 미국 대통령상이 한국서는 고가에 거래돼 대학특례입학 때 경력을 조작하는데 이용된 사례가 한국 검찰에 적발되면서 미주 한인사회에서 남발되고 있는 미 정치인들의 상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 정치인들이 행사 때면 줄줄이 들고 오는 상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땡큐 카드’정도의 의미. 그러나 미주 방문 때 이 상장을 한 장 얻은 일부 한국인들은 이를 선거나 해외 연수, 대학 특례입학 등에 부풀려진 경력과 성과를 조작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곤 한다.
■실태
최근 한 한인 단체의 장학금 시상식에서는 장학생 보다 미 정치인의 표창장이 훨씬 더 많이 쇄도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또 다른 한인 예능단체가 올 여름 주최한 작품전에서도 출품작보다 더 많은 미 정치인 상이 작품 출품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됐다. 상의 가치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장 홍수가 극에 달하는 것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 때로 심할 때는 상장을 수 십장씩 들고 나와 줄지어 선 한인들에게 한 장씩 쭉 나눠주기도 한다. 한 정치인 보좌관은 “정치인이 자리에 없을 경우는 스탭이 대신 사인해서 나눠주기도 한다”고 슬쩍 귀뜸했다. 시의원, 주 상·하원의원, 연방하원의원 등의 사무실에 따르면 월 10∼20여건의 상장 요청이 한인 단체들로부터 들어오고 있다.
■문제점
넘쳐나는 표창장은 한국 정치인, 대학 입시생, 졸부들의 경력 부풀리기에 악용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의 수원지검에 적발된 대학 특례입학 부정 사건이 대표적인 예. 사건에 연루된 조모씨는 한 초등학교에서 인사치레로 건네준 학생 격려용 대통령 표창장을 “유창한 영어 웅변으로 한미간의 문화, 예술 교류와 친선우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통합교육구 추천으로 받은 것”이라고 내세워 웅변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지역 정치인들이 의전 차원에서 주는 감사장은 한국 지방자치 단체장등이 선호하는 미국 방문 기념품. 시의원의 한 보좌관은 “선진행정 견학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한국 정치인 중 일부는 선거용으로 꼭 필요하다며 노골적인 부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에 따라 수상을 받게 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한인 브로커도 등장했다. 한 여행사 대표는 “단체장, 특기 지망생 등 목적을 갖고 미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대부분 상장을 원해 일반인 보다 정치인 또는 정부 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부탁한다”며 “감사 표시는 꼭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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