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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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의 원칙에 바탕둬야”

2003-11-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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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일대 법대 학장에 선임된 고홍주 석좌교수

최근 미국 예일대 법대 학장으로 지명된 한국계 미국인 고홍주(미국명 해럴드 고, 사진) 예일법대 교수는 세계를 빛과 어둠으로 보고 있으며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 행정부의 국무부 차관보로서 남북한 동시방문 때 이를 극명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11일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분명히 기억하는 순간은 우리가 북한 상공을 지나 한국으로 들어설 때”라면서 “우리는 어둠의 땅을 지났고 갑자기 이 모든 불빛들이 나타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 교수는 클린턴 정부 말기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수행해 남북한을 동시 방문했다.
고 교수는 “한국 상공에 들어서자 환하게 불이 밝혀지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서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속으로 `이것이 민주주의로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불과 40, 50㎞ 떨어져 있을 뿐이며 `어둠의 세계’와 `빛의 세계’가 다른 점은 단지 그들이 선택한 정부의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어둠이 아니라 빛을 비추고자 하는 정부는 반드시 법치의 원칙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견해는 고 교수가 `세계의 선한 세력’으로서 미국에 대해 낙관하게 하는 동시에 최근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실망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최근 고 교수가 영국에서 한 강연의 일부를 인용했다.
이 강연에서 고 교수는 “9.11 테러는 미국의 예외적인 힘과 예외적인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면서 “역사상 어떤 초강대국도 이렇듯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취약한 것처럼 보인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9.11은 미국인들에게 세계의 어두운 세력들의 존재를 일깨운 계기였지만 이러한 혼란을 빠져 나오는 길은 세계의 상호의존”이라고 말해 독단적 외교정책이 해결수단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인터뷰 기사에서 고 교수가 한국 최초의 민주정부인 장면 정권의 주미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5.16 쿠데타가 발생하자 미국에 망명한 고(故) 고광림 박사의 아들이라면서 그의 이력과 가족사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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