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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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 버리는 것이 행복하다?…

2003-11-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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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 이은숙<학생>

한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송나라의 양리라는 마을에 사는 화자라는 사람이 오십 세 가량의 중년이 되자 무엇이든 잘 잊어버리는 병이 생겼습니다. 잡안 사람들은 그가 중병에 걸렸다고 여기고 학문이 깊은 사관에게 찾아가 물었지만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무당을 찾아가 신에게 기도를 올려도 병이 낫지 않았고, 의원에게 맡겨도 효험이 없었습니다. 이 때 노나라에세 무슨 병이든 잘 고친다는 유생이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화자의 부인이 그를 찾아가 재산의 반을 줄 터이니 남편의 병을 고쳐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유생이 “이 병은 내가 환자의 마음과 생각을 변화시키면 병을 금방 고쳐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유행이 병자와 함께 방안에서 치료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환자의 병은 깨끗이 나아버렸습니다. 그런데 화자는 제 정신이 들자마자 크게 성을 내어 아내를 내쫓고 아들을 벌 주었으며 창을 들고 유생을 찌르려고 쫓아갔습니다. 이때 지나가던 송나라 사람이 그를 만류하면서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화자가 말하기를 “지금까지 나는 모든 것을 잘 잊어버렸소, 나의 마음은 호탕하여 천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때 갑자기 의식이 회복되니 모든 지나간 일들을 다 알게 되어 벼렸소. 심지어 수십 년 이래 누가 살아있고 죽고 성공하고 실패하며 또 슬픈 일, 즐거운 일,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등등의 모든 것이 복잡하게 머리 속에 떠 오를 뿐 아니라 , 앞으로도 그런 복잡다단한 일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나의 마음을 산란케 할 까봐 걱정이오 어떻게 하면 내가 다시 건망증이 심했던 정신 상태로 도로 회복이 될지 알 수가 없게 되었소 그래서 나를 이 꼴로 만든 괘씸한 유생 놈을 잡으러 가는 길입니다.”

사람이 만일 어릴 때부터 늙을 때 까지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면 정신이 산란하여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인간들은 만은 것들을 기억하려 하지만 그렇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섭리입니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기억할 것은 새겨두면서 살아가라는 뜻 인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담기만 해서는 넘칠 것이고, 그렇다고 잊고싶다고 무조건 버리기만 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버리고 빈 공간은 더 소중한 것으로 채워야 할 것이고 교훈이 되는 것들은 소중히 간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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