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갱관련 살인사건 급증
2003-11-12 (수)
▶ 베이지역, 오클랜드 갱 사건 올들어 69건 발행
지난달 13일 늦은 밤, 리치몬드의 베트남계 여고생 찬 분키웃(15)양은 현관 바로 바깥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문쪽으로 다가섰다. 오빠로 알고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문갑을 잡는 순간 분키웃양은 문을 뚫고 쏟아져들어온 총탄에 맞고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분키웃양 오빠가 소속된 갱단의 라이벌 조직원들이 벌인 보복살육전이었다.
이보다 앞선 9월11일 밤 오클랜드. 프루트베일의 여자친구 집에 들른 해스패닉계 청년 로겔리오 이가레다(25)는 밤이 깊어지자 임신중인 애인과 뱃속 아이에게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이른바 ‘조직원’인 그가 발길을 옮긴 곳은 곳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악명높은 갱들의 격전장. 전날밤의 ‘총격전 그후’가 궁금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또 총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조직원 후배인 17세 고교생이 피투성이 팔을 움켜쥔 채 이가레다 쪽으로 달려와 숨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뿐. 기다렸다는 듯 쏟아진 총탄세례를 받고 둘은 그 자리서 숨졌다.
베이지역 청소년 갱관련 살인사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갱단의 활동무대가 오클랜드 등 일부 우범지대를 넘어 인근 도시나 멀리 농촌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교 교정이나 스쿨버스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다.
오클랜드의 경우 올해들어 갱 관련 살인사건만 68건(9월말 현재)이 발생, 1999년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가주 전체의 같은 기간 증가율은 61%)은 늘어났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은 28명으로 샌프란시스코의 7.8명은 물론 한때 ‘라이벌 범죄도시’로 불렸던 LA(15명)와 비교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오클랜드 갱관련 살인사건의 26세 이하 희생자는 28명(18세 이하 6명 포함)으로 2001년 전체의 18명보다도 훨씬 많게 나타났다. 범죄전문가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는 대체로 비슷한 연령대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갱관련 살인사건 당사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징표로 해석하고 있다.
청소년 갱조직의 연경화와 광역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살리나스의 경우가 꼽힌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75마일가량 떨어진 인구 14만명 안팎의 농업도시 살리나스 거리들은 토·일요일 등 공휴일을 제외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나오는 오후 3시쯤부터 밤늦도록 거의 어김없이 팽팽한 긴장에 휩싸이게 된다. 학생들, 특히 히스패닉계 고교생들이 칼·곤봉은 물론 총기류까지 동원해 툭하면 편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부파(수레오스)와 북부파(노르테오스)로 나뉘어 목숨을 건 ‘내전’을 불사, ‘전원도시’ 살리나스의 10만명당 살인사건 희생자 숫자(14명)를 ‘범죄도시’ LA에 버금가게 만들고 있다.
청소년 갱 조직원들의 중무장화 역시 큰 골칫거리다. 최근 살리나스거리 총기난동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한 용의자의 집 유아용 침대밑에서 권총·샷건·핸드건·방탄조끼 등 10점이 넘는 무기와 수백발의 총탄을 발견한 바 있다. 또 오클랜드경찰은 한해에 1,500정 이상의 무허가 총기를 수거하고 있는데 일대 청소년 우범자들을 상대로 한 불법무기 판매가 한해 1,000정 이상이며 금액으로는 15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은 우범지대는 물론 문제학교 주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과 예방에 나서고 있으나 중무장한 청소년 갱 단원들로부터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