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망고 단상

2003-11-04 (화) 12:00:00
크게 작게

▶ [여성의 창]

▶ 이운선<주부>


마켓에 장을 보러 간 날,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망고를 보았다. 때깔이며 모양도 너무 이뻐서 얼른 몇 개를 주워 담다가 미국의 망고 대풍으로 한국의 망고 농사를 지은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있다는 얘기가 생각나 슬그머니 내려놓고 말았다. 이론적으로 보면, 미국산 망고가 미국에서 많이 소비되어야 한국으로 수출되는 망고의 양이 줄게 될 것이고, 그래야 한국 농민들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테지만, 그저 미국산 망고를 먹는 것만으로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 몇 해 전엔, 미국산 키위의 대풍으로 한국 키위 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었고, 또 그 몇 해 전엔, 미국산 바나나 덕분에 제주 바나나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지난 9월 10일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가 멕시코 휴양지 칸쿤에서 개막된 가운데 현지에서 WTO협상 반대시위를 벌이던 이경해 (55) 전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장이 흉기로 가슴을 찔러 칸쿤 시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대학 새내기때, 몇 번이나 밥을 사주었던 선배의 청에 못이겨 그저 머릿수만 채운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던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쌀개방 전면반대’시위는 아직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이 사건을 다루는 한국언론의 무관심하고 성의없는 태도는 여전하고, 안일한 정부의 태도에도 변함은 없어 보인 다. 그래서, 왜 우리 농민이 멕시코라는 머나먼 곳에 가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WTO 협상 반대 시위를 벌였는지 그 이유가 궁금한 나와 같은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하다.

시대적 대세가 자유무역론이라 이제 농업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자유무역체제로 한국의 공업이 큰 수해를 받아왔으며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가 농업개방에 앞장서야 !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이제는 1,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한국같은 나라는 경쟁력이 생긴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일가친척 중에 농사를 짓는 분이 한 분도 없고, 평소 농업에 큰 관심이 없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이는 우리 농민들 다 죽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역규모가 연 3천억불을 넘고, OECD 부유국가 클럽에도 들어선 한국의 농촌의 실태는 차를 타고 시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본 사람이라면 다 보고 느낄 수 있는데로 아직도 선진국의 농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영국의 가디언은 고 이경해씨의 사건 후 ‘눈물의 들판’이라는 르포기사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한국 농촌의 비참한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어찌할 수 없는 개방이라 하더라도 현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국민의 절반이상이 농민의 아들, 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 ?/SPAN> 농민들과 농업에 대한 대책은 세워놓고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뜻도 모른체 선배들 따라 불렀던 노래가 생각이나 몇 소절 불러보는데 목이 메인다.

찢기는 가슴안고 사라졌던 이땅의 피울음있다/부둥킨 두팔의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있다/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우리 어찌 가난하리오/우리 어찌 주저하리오/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움켜진 뜨거운 흙이여(광야에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