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기유학’

2003-10-2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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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시각]

▶ 김판겸 기자


어린 학생이 어깨에 배낭을 짊어지고 자기 키보다 큰 가방을 밀면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입국하는 광경을 여러 번 본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조기 유학생’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어떤 신념과 미래의 자화상을 가지고 머나먼 미국에까지 왔는지알지 못한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일부 극성 한국 부모들의 ‘미국병’에 의해 보내진 아이들일 것이다.
선진문화를 배우고 넓은 세상을 보라는 부모들의 취지는 백 번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한국의 교육 현실과 입시라는 지옥에서 자식을 구하자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다니는 8살, 9살의 어린 아이들이다.
미국에 와서 친척집이나 사립학교 기숙사 등에서 생활하는 자녀를 보며 부모는 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기를 기대하는 것인지.
어린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외로움을 극복할 만큼 큰 것인지도 의문이다.
극단적일 예일 수 도 있지만 한 아이는 미국에 와서 적응하지 못한 체 겉돌다가 결국 마음의 상처만 크게 입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조기유학생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부모의 맹목적인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이상을 위해 청운의 꿈을 안고 이 땅에 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이 같은 판단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기간 중 한 반에서 미국을 포함,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에 어학연수를 갖다온 학생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방학동안에 어학연수라도 가지 않는다면 아이들 사이에서 함께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란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의 학교에서의 ‘왕따’를 우려해 계를 한다 빚을 낸다해서 어학연수를 보내는 수준 아닌 수준에 맞히려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겠지만 혹 나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식을 위하는 마음보다 먼저인지, 사랑을 위장한 강요인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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