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에서 6차전은 심리적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7차전이 승부를 가르는 사실상의 결승전이지만 이는 수학적인 구분일 뿐 6차전이야말로 실제적인 결승전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그리고 수많은 월드시리즈가 이를 증명해 왔다.
6차전에서 이긴 팀이 우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확률의 공식이 아니라 심리의 공식이다. 작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자이언츠가 5-0리드를 놓치고 뼈아프게 역전패 당한 뒤 7차전에서 재기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올 NL 챔피온십에서도 컵즈가 6차전에서 허무하게 역전패한 뒤 7차전에서 다시 승리할 것을 예상한 사람도 컵즈 팬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경기에서의 심리적인 위축은 그만큼 다음경기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제 100회 월드시리즈가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다. 말린즈가 23일 양키즈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6-4로 승리, 3승2패를 거두며 대망의 우승에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나머지는 1승.
말린즈는 양키즈를 상대로 말 그대로 ‘패기가 낳은 기적’을 일구어냈다. 말린즈가 월드시리즈에 오를때만해도 말린즈가 양키즈를 상대로 3승을 먼저 거두리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말린즈는 적진에서 첫 승을 거뜬히 거두고 기선을 제압하더니만 4,5차전에서 연속승리, 양키즈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제아무리 양키즈라고 해도 단 한번의 실수, 1패면 공든탑이 물거품이 되는 살어름판 승부에 살 떨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말린즈가 승부의 칼자루를 쥐었다는 생각은 오산.
6차전을 치르기 전에는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야구의 예측불허다. 특히 월드시리즈 같은 대 경기에서 6, 7차전중 1경기만 이기면 된다는 수학적 저울질은 대단히 단순한 판단이다. 2경기중 마지막 경기 1승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팀은 월드시리즈 단골 손님 양키즈 정도 밖에는 없다. 말린즈와 같은 신출내기는 6차전이 끝장으로 이어질 공산이 십중팔구다.
이를 갈파했을까. 플로리다의 잔 매퀴언 감독은 6차전에서 에이스 자시 베켓을 내세우겠다고 운을 띄웠다. 즉 6차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다.
21일 경기에서 역투했던 베켓도 3일의 휴식에도 불구, 출격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베켓이 양키즈의 앤디 페팃을 물리치고 플로리다의 구세주로 떠오를 수 있을까. 결과는 무척 회의적이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플로리다가 1승만 거두면 되는, 2경기로 압축 됐지만 속내는 플로리다에 그처럼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플로리다는 에이스 베켓이 6차전에서 무너지면 7차전의 대안이 없다. 결국은 6차전에서 사생결단을 내야한다.
페팃이냐 베켓이냐. 일단은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있는 페팃의 우세가 점쳐진다. 페팃을 앞세운 양키즈 군단이 무너진다는 것은, 더구나 홈 패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플로리다로서는 6차전 베켓 출격이라는 초강수가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7차전 선발로 예상되는 무시나가 훨씬 더 현실적이다. 비록 6차전이 심리적인 결승전이기는 하나 플로리다의 이길 확률은 오히려 7차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베켓-무시나의 7차전 대결구도가 아무리 이상적이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플로리다가 6차전을 포기할 확률은 거의 없다.
6차전 초강수냐, 아니면 7차전 정수냐? 잔 매퀴언 감독의 배짱있는 용단에 플로리다의 우승트로피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