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증시 대폭락 이후 신경제니 뭐니 하는 설교는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컴퓨터 산업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컴퓨터의 생산적 힘을 불신하던 하버드나 시카고 대학등의 경제학자 집단도 미국 경제의 생산적 용도로 컴퓨터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음을 간주하기 시작했다.
이들 경제 석학들이 컴퓨터 산업과 경제 성장이 연계됐음을 느끼게 된 시기는 1995년부터이다.
당시 반도체 칩 가격 하락으로 수요 폭증이 야기됐으며 반도체는 전자수첩에서부터 가전제품과 전화,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니 컴퓨터로 바꿔버렸다.
1965년 당시, 앞으로 10년동안 18개월을 주기로 컴퓨터의 칩의 속도는 배가되고 가격은 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반도체 산업의 개척자 고든 무어의 예언이 적중된 것이다.
이렇듯 컴퓨터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는 사실상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도체 산업하면 인텔을 연상시킨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경제 기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배경에는 인텔이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있었음은 많은 경제학자들은 주지하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 인텔에서는 이를 의식한 듯 생산성 향상의 ‘善순환 주기’에 발맞춰 전보다 빠른 컴퓨터를 이용해 전보다 빠른 칩을 여전히 개발해냈다.
이를 두고 ‘20세기 말의 가장 경이적 현상’이라고 표현되고 있지만 한 산업이 미국 경제성장에서 그렇게 큰 몫을 차지하기란 드문 현상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이 반도체 산업의 중추적 기둥이라면 한국의 삼성전자 또한 석가래 이상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2일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황창규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 사장의 강연에 무려 4백명이 넘는 스탠포드 학생들과 교수들 그리고 지역 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참가했다.
삼성 전자의 발걸음이 IT 산업계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해줄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황 사장은 앞으로 디지털 산업에 발맞춰 신성장 엔진으로 이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 분야란 바로 ‘플래시 메모리’이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전력이 작고 마음대로 내용을 기록하고 수정, 보완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플래시 메모리’는 노어(nor)형과 낸드(nand)형이 있다. 노어(nor)형은 주로 휴대전화의 메모리로 사용되며 낸드(nand)형은 MP3플레이어, 인터넷폰, 디지털 카메라 등의 메모리에 들어간다.
’플래시 메모리’는 급성장하는 신경제 산업의 산물인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 PDA, MP3 기기등에 주요 저장 매체로 쓰이기 때문에 그 사용량은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현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5%, 앞으로 6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이다.
이렇듯 삼성전자의 포효(咆哮)는 20세기 후반 신경제의 주축이 되었던 인텔을 연상시키고 있다.
인텔과 삼성전자.
사내 분위기와 추구하는 비젼은 다르다.
그렇지만 신경제를 이끌어가는 ‘리딩 기업’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