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쉬운 패배…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3-10-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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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 홍성용, 조윤정 기자>14일 저녁 내셔널 리그 챔피언 결정전 6차전이 열린 뤼글리 필드 구장 주변은 경기장 만큼이나 많이 모여든 컵스팬들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후 3시께부터 자리를 잡고 1세기만에 펼쳐지는 역사적 순간의 증인이 되기 위해 모여든 컵스팬들은 경기가 시작되는 7시가 다가오자 속속 인근 바로 모여들어 발딛을 틈이 없었다. . 30분을 기다려 들어간 한 바에는 사방에 설치된 TV를 향해 자석 위에 뿌려진 철가루처럼 팬들이 운집해 있었고 1회말 컵스의 선취득점에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팬들은 선발투수로 나온 마크 프라이어의 호투가 이어지며 혹시나 했던 리그 우승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에 잠시도 화면을 떠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직장동료와 함께 뤼글리를 찾은 팬들, 연인과 함께 응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 맥주잔을 들고 ‘렛스 고 커비스(Let’s go cubbies)’를 외치며 컵스의 시리지 진출을 기원했다. 경기가 6회를 넘어 점차 종반으로 치닫자 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이미 취기가 오른 일부 팬들은 환호를 지르며 조금 이른 승리감에 젖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8회초 플로리다 말린스의 3루측 파울 플라이를 잡기위해 달려가는 컵스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의 모습을 볼 때까지만 해도 팬들의 이 같은 승리감은 성급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파울 볼이 모이세스 알루의 글러브속으로 빨려들기 바로 직전, 팬들의 머릿속에는 ‘염소의 저주’가 다시 떠오르고 말았다. 한 컵스 팬이 파울 볼을 잡기 위해 손을 뻗어 모이세스 알루의 글러브로 떨어지는 볼을 낚아 채려했고 공은 이 팬의 손을 맞고 관중석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1945년 한 팬이 컵스 구장에 염소를 데리고 들어가려다 입장이 거절된 뒤 컵스를 향해 절대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주한 뒤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염소의 저주 때문일까?
이후 이어지는 유격수의 실책과 안타를 묶어 8실점을 당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컵스팬들은 잔인함마져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고 팬들은 허탈했다. 그리고 다시 분노했다. 여기저기서 심한 욕설과 야유가 쏟아져 나왔고 TV를 보고 있던 팬들은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그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보인 팬을 혼내주어야 한다고 아우성쳤다. 그러나 경기는 계속됐고 결국 컵스는 8대 3으로 패해 7차전을 맞이해야 했다.
거리로 흘러나온 팬들은 허탈함과 노여움에 한 참을 뤼글리 필드 인근을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위해 경기장 인근에 배치된 경찰들도 , 바의 종업원들도, 팬들도, 셔틀버스 운전기사도 허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기 전 한 젊은 팬이 허탈해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컵스 팬이고 내일은 케리 우드가 나온다. 케리 우드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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