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사는 이야기 진한 사랑

2003-09-2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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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는 받은 만큼밖엔 줄 수 없는 것일까? “사랑은 받아 본 사람만이 남에게 줄 수 있다.”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이것은 심리학적 이론에 속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남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가끔 이런 Myth(신화)를 뒤집는 사람들도 있다. 알콜 중독자였던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나을 줄 모르는 상처들을 껴안고 울며, “빨리 벗어나서, 나만의 안식처를 만들자”며 자신에게 다짐했던 것들을 평생 지키며 살아온 아버지가 있다.
어린 날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가장으로서 건강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룬 그는 자수성가로 한 아내와 2명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그 동안 말없이 수고한 아내를 위해 늦은 나이에 부부교실에 참석하면서, 그는 언제나 부인에게 차의 문을 열고 닫아주는 영국 신사의 노력을 한번도 빼놓지 않았단다.
자신의 야망에만 관심 있는 아버지가 아닌,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가장. 그래서 그의 아내와 아이들의 입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넘쳐날 때, 우리는 함께 감동을 느꼈다. 이런 분들은 ‘학대받고 자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한다’는 통계를 100%로 진실로 만들지 않게 하는 소망된 편지이다.
하지만, 오늘 난 그간 내게 물어온 질문에 씁쓸한 대답을 해야 한다.
4월 26일자 신문에 나누었던 (버림받은 아이들) 18세 흑인 소녀와 그녀의 3세 난 아들의 Adoption Hearing이 벌써 다음달이다. 6개월마다 열리는 히어링은 그간의 부모의 노력에 결과에 따라 아이와 다시 연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여부가 결정된다.
꼭 한 달 동안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듯 싶다. 범죄자 코트에서 꺼내져와 그룹 홈으로 보내진 후, 그녀는 다시 학교의 규칙에 따르며 사람과 어울려 살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것은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의 몸부림에 불과했다. 판사 앞에서 눈물 흘리는 그녀를 보며 측은한 마음에 나 또한 눈물이 맺혔었지만, 이런 나조차 비웃던 동료들의 예견대로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도망을 쳤다.
그녀의 3세 난 아들은 다음달이면 입양되어진다. 난, 그녀가 히어링에 안 나타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녀의 아이의 입양수속을 하며 안 사실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무척 싫어했었다는 사실이다.
갱 멤버에게 살해당한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를 무척 사랑했다는데, 그녀는 자신이 받을 사랑을 아이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남편의 사망 이후 아이에게 집착했지만, ‘받는 사랑’에 굶주려있던 그녀에게 모성애가 들어설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여지없이 그녀는 버림받은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과연 우리는 받은 만큼만큼 밖엔 줄 수 없는 인간인가? 그렇다.
왜냐하면, 채워지지 않은 우리의 빈 공간에 스스로 고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이야기됐던 아버지들의 숨은 이야기가 있기에 이미 예견된 전형적인 이 케이스의 결과에, 난 아직도 습습해한다. 그들이 아픈 기억 속에서 스스로 벗어나 ‘사랑을 주는 이’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이 경험한 ‘진한 사랑’ 때문이었다.
삶의 무거운 짐과 아픈 과거의 상처를 지워주신 분과의 절절한 만남, 그들의 아버지, 하나님과의 만남 때문이다.
그분은 나의 18세 소녀가 만남을 기대할 수 없는 엄청난 분도 아니고, 로토의 당첨 확률만큼 어려운 기회에 찾아오는 분도 아니다. 우리가 깨닫기만 하면, 바로 곁에서 우리의 아픔 때문에 먼저 울고 계시는 그런 분이시다.
그녀에게 이분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스며들어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이 땅 어딘가 아직도 어두운 그늘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을 그녀를 또한, 나의 아버지(하나님)에게 맡기기로 한다.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마음만큼, 실제 사랑을 줄 수 있는 이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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