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크루캡 vs 코르크, 제 2탄

2003-09-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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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코르크와 스크루캡을 둘러싸고 와인산업이 겪는 갈등과 변화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그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심화될 뿐 아니라 벌써 스크루캡 쪽으로 기우는 듯한 양상을 띄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와인 전문지 디캔터(Decanter) 8월호에 의하면 8명으로 구성된 테이스팅 결과 스크루캡을 씌운 와인이 코르크로 막아놓은 와인보다 더 신선하고, 특색이 강하며, 더욱 강렬한 맛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소비자협회(Consumer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이 테이스팅에서는 특히 백포도주의 경우 스크루캡이 코르크보다 월등하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을 비교할 때 더더욱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이와 함께 대중을 상대로 한 표본조사에서는 71%의 영국 와인 소비자가 코르크보다 스크루캡 마개가 더 편리하다고 답했으나, 73%는 아직까지 스크루캡보다 코르크가 사회적으로 좀 더 용납되는 와인의 마개라고 답했으며, 54%는 스크루캡 와인이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 와인보다 질이 낮은 와인으로 여겨진다고 답해서 마케팅 측면에서 스크루캡 마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한편 지난달 USA 투데이에는 스크루캡과 코르크를 혼합한 것, 즉 코르크 마개를 돌려서 열 수 있는 마개에 대한 기사가 실렸었다. 코르크를 없애고 스크루캡만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전통적인 와인병과 마개의 모습을 갖추었으면서 손쉽게 열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인 오프너가 필요 없는 편리함과 코르크가 중시되는 와인의 전통을 갖춘 면에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코르크 대신 스크루캡을 사용하려는 목적이 무려 5%에 달하는 코르크로 인한 와인의 변질을 예방하는데 있는 만큼 기존의 코르크 마개에 대한 완전한 대안으로는 부족함이 많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와인을 딸 때 코르크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소비자들에게 스크루캡의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마시다 남은 와인도 쉽게 다시 마개를 닫아서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실험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현재 이 스크루캡과 코르크를 혼합한 형태의 마개는 병당 10달러~30달러 가격의 캘리포니아산 와인 약 5천케이스에 적용되고 있는데, 펫저(Fetzer), 클로 뒤 부아(Clos du Bois) 등의 와인 레이블이 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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