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전 워싱턴 총영사(47. 현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가 1990년대 말의 북한 체험기를 펴냈다.
‘횃불과 촛불’(조선일보사 간)은 그가 97년부터 2년간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 북한 금호사무소 대표로 현장에서 보고 겪은 북한 체제와 동포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외교관의 시각으로 그려낸 북한은 유럽의 암흑기였던 중세사회와 다름없다.
노동당원이나 군인 같은 지배계급의 한편으로 직업 선택이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일반 주민들의 삶은 중세 농노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처참한 굶주림의 실상도 놓치지 않았다. 이준 열사의 생가에서 만난 증손 며느리의 야윈 뺨과 껍질이 벗겨져 성한 게 없는 소나무 숲에서 이 체제의 허상을 인화해낸다.
이 참사관은 그 가난의 배후에 김일성 일인숭배를 정점으로 해온 비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북한식‘복지부동’이 판치는, 최소한의 사회주의적 에너지마저 상실한 그 사회를‘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나라’라 단언한다.
그러나‘그들만의 천국’에서 불행하게도 남녘에서 만날 수 있는 숱한 닮은 꼴들을 발견해내지 않았더라면 그의 비판은 맹목적 반공주의자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
바로 제목으로 빌려쓴, 횃불과 촛불이란 남북의 시위문화에서 그는 이성이 거세된 극단주의와 흑백논리의 망령이 동질류임을 걱정한다.
‘남북한은 다르지만 같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포용이 냉전구조 탈피와 통일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참사관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관의 길로 들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워싱턴 총영사를 지냈다.
이 참사관은“북한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어 연구자나 관심있는 분들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함남 신포의 케도 근무 당시 틈틈이 적어놓은 메모를 정리했다며“일본어판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