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집안
2003-09-03 (수) 12:00:00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아직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 사람을 만날 때는 이런 생각이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 오늘은 어디를 가서 맛있는 것을 먹을까, 영화를 볼까 등등. 그런데 결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현실이 되어 버린다. 주변에서 결혼까지 가는 과정에서 혼수문제로 파혼을 했네, 결혼을 하고도 이혼을 하는 경우도 보고 듣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자신의 형편과 맞지 않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상대와는 다른 조건이 다 맞더라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동안 직장생활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정말 자신감 있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또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결혼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집안 문제로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고생하며 열심히 길러준 부모님께는 죄송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때서야 처음으로 우리 집은 왜 부자가 아닐까, 아버지는 왜 사회적 지위가 없을까 하는 문제로 고민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려고 한다면 양가 어른 상견례도 해야 하고 예단을 보내고 받고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집안과 상대방의 집안을 비교하게 된다. 내가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을 때는 본인에게는 물론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반대일 때 그리고 특히 남자쪽의 어머니가 그런 점을 문제시 한다면 더욱 문제는 심각해 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봤다. 그 사람네는 부자인 것 같아, 그래서 자신감이 없어 , 나랑은 너무 기우는 것 같아. 계속 만나야 할지 잘 모르겠어 등등. 이 친구들이 pretty woman 처럼 신데렐라를 꿈꾸는 사람은 전혀 아니다. 매사에 자신감 있게 열심히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고 공부하는 친구들이다. 그런데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인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단지 집안에 얼마만큼의 부자 축적되어 있느냐에 따라 사랑을 포기하기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어쩌면 이런 문제로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파 하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다면 그 두 사람의 집안 배경보다는 그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축복해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의 축복이 가장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