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엮는 ‘나만의 세계
2003-08-23 (토) 12:00:00
플로리스트 염가희씨
버몬트가의 꽃집 ‘미루나무 그늘아래’ 주인 염가희(34)씨.
그녀를 플로리스트로 키운 건 8할이 영감이다. “‘꽃무더기’가 얼마나 달라지느냐 여부는 테마와 스토리라인에 달려있다”는 지론이다.
전직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인 염씨가 꽃집 주인으로 변신한 건 불과 아홉달 전이다. 러그레츠, 덕맨 등으로 유명한 ‘클래스키 추포’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 회사서 15년 간 만화에 빠져 살다 감행한 창업이었다. 꽃이라곤 꽃꽂이 한번 배운 적 없지만, 어릴 때부터 남에게 선물 주려고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면 집에와 자기 맘대로 풀어 다시 만들곤 할만큼 꽃 만들길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지금 행복한 플로리스트다. “영화로 말하면 감독 격인, 스토리보드를 수년간 짜온 가락이 있어서”라고 그녀는 말한다. 꽃의 쓰임새와 손님 취향에 따라 테마를 잡고, 꽃마다 캐릭터를 주고, 감각과 손재주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작업은 만화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녀에겐 젊은 손님들이 많다. 개성이 돋보여서다. 염씨는 매장도 직접 칠하고 꾸몄다. 벽은 사방을 빙 돌아가며 푸른 하늘과 상록수를, 천장의 통풍구 세 곳엔 꽃 그림을 그려 넣었다.
‘나만의 세계’를 사랑하는 그녀의 성향은 업소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미루나무 그늘 아래’라니. ‘햇살 담은 국간장’ 같은, 한글로 풀어쓰는 긴 이름이 유행이라지만 음식도 아닌데 첫 느낌이 좀 촌스러워 이유를 물었다.
“고향에 미루나무가 무척 많았거든요. 첫 딸 이름을 미루라고 지었고, 아들 낳으면 나무로 지으려고요”
앞머리를 가지런히 내리고 수줍게 웃는 그녀, 만화와 현실의 중간쯤에서 사는 것 같은 그녀는 자신이 꽃과 참 잘 어울리는 꽃집 주인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