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당 서비스료 10~20달러 보편적

2003-08-13 (수)
크게 작게

코르키지

손님이 가져간 와인 서브 해주고 받는 봉사료


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해서 마시지 않고 손님이 직접 가져온 와인을 마시기 원할 때, 식당측이 그 와인병을 따서 글래스에 따라주고 서브해주는 봉사료로 받는 돈을 코르키지(Corkage)라고 한다. 이름만 보면 코르크 마개를 따는 값이라고 해석하기 쉽지만, 식당으로서는 코르크 마개 오프너, 소믈리에와 웨이터의 와인에 대한 교육 및 트레이닝, 값비싼 와인잔, 와인 저장고 및 백포도주를 차게 하는 아이스 버켓, 와인잔 보관과 취급에 따른 유지비 및 씻고 말리는 인력과 기계 등 여러가지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재 미국내 식당의 코르키지 가격은 5달러에서 50달러사이인데, 10~20달러가 보편적이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내가 가져온 와인을 내가 마시는데 10~20달러의 돈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당한 요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손님이 직접 스테이크를 들고 가서 구워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요청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부가 봉사료를 내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식당에서 맥주나 다른 술, 음료수, 음식과는 달리 와인에 한해서 손님들이 직접 들고 와서 마실 수 있도록 허락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나 음료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함께 하며 여러가지 의미가 부여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녀의 21세 생일을 맞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이 좋은 식당을 찾았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던 해의 빈티지를 고이 모셔놨다가 들고 가서 마시는 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표현하는 의미 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또한 결혼식을 올린 해의 빈티지를 여러 케이스 사두었다가 매년 결혼기념일에 식당을 찾아서 한병씩 마시는 것 또한 뜻깊은 일이 될 수 있다. 단골의 경우 결혼 25주년 기념일 등 매우 특별한 날 들고 가는 와인에 대해서는 코르키지를 부과하지 않는 식당들이 많다. 식당에서 와인을 구비할 때, 여러 종류를 갖춰 놓을 수는 있지만 모든 빈티지를 갖춰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기념일에 식당을 찾아서 기념하는 해에 출시된 와인을 들고 가는 것이 허락되는 것이다.
나파 밸리의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French Laundry)는 코키지로 병당 50달러를 요구한다. 아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직접 와인을 가져오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평균 1인당 식사 가격이 125달러인 이 곳에는 최고의 소믈리에가 매일 주방장의 메뉴에 맞춰 가장 적합한 와인을 매치시켜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구비하고 있다. 이 곳의 와인 리스트에는 코르키지보다 싼 가격의 한 병에 23달러하는 프랑스의 부브리(Vouvry) 백포도주도 있으니,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서 와인을 가져갈 이유가 없겠다.
요즘 파티나 그룹의 피노 레스토랑들이 코르키지를 면제해주고 있다.
그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마케팅 차원에서 마치 쿠폰을 프린트하듯 손님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식당들은 보통 와인의 구입가격의 3배를 와인 가격으로 책정하는데, 식당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도매가는 소매가보다 약 30% 싸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식당에서 30달러의 가격에 제공하는 와인은, 식당측이 10달러에 구입한 것이고, 우리가 마켓에서 구입할 때는 약 12~13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엔 어려운 경기를 반영하듯 많은 식당에서 구입가의 2.5배 혹은 2배에 와인을 제공하고 있고, 값비싼 고급 와인의 경우 2배미만의 마진으로 구비해 놓은 곳도 많다.


갖고 갈때 지켜야 할 예의

먼저 식당에 전화 리스트 포함된 것인지 확인을

첫째 그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 포함된 와인을 들고가서는 안된다. 이는 식당이 손님들에게 와인을 직접 갖고와도 된다고 허락하는 관용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식당에서는 이를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둘째 한 병에 10달러 미만인 싼 와인은 가져가지 않는다. 값싸고 흔한 와인을 들고 가서 마시겠다고 하는 것은 손님이 그 식당에서 구비해놓은 와인 리스트를 무시하고, 식당이 와인을 팔아서 남는 이윤을 거부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 입장에서도 한 병에 6달러짜리 와인을 20달러의 코르키지를 지불하고 마시는 것은 경제적으로 현명한 일이 아니다.
세째, 와인을 들고 가기 전에 꼭 식당에 먼저 전화해서 그 와인이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 포함되었는지 먼저 확인하고 와인을 가져간다는 것을 미리 밝혀야 한다. 이 때 몇 병까지 들고갈 수 있는지, 코르키지가 각 병당 일률적으로 부과되는지(처음 3병까지는 20달러이지만 네번째 병부터는 15달러하는 식으로 코르키지 가격이 다를 수 있다), 문의해야 한다.
식당에서는 백포도주나 샴페인을 들고 온 손님을 위해서 자리에 앉기도 전에 미리 와인을 받아서 알맞은 온도로 차갑게 해 주거나, 오래된 와인을 디캔팅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미리 연락을 받았을 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끝으로 다 먹고 계산을 할 때 와인을 서브해 준 것에 대해서도 팁을 더해서 지불해야 한다.


<최선명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